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2일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지지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의총 개최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경선 연기를 반대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이 적극 대응에 나설 경우 경선 일정을 둘러싼 여당 내 논란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20일 밤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경선 일정과 관련한 당내 의견 수렴을 위해 의총을 열기로 결정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22일 오전 의총을 열어 경선 일정 관련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것”이라며 “의총에서 찬반 토론을 진행한 뒤 다시 최고위를 열어 경선 일정을 놓고 토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고위는 이날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설치 및 구성의 건을 의결하고 선관위원장에 5선 이상민 의원을 임명했다. 대선기획단은 경선기획단으로 부르고, 공동 단장으로는 강훈식 의원을 선임하는 안이 최고위에 보고됐다
앞서 민주당 의원 66명은 경선 연기 논의를 위한 의총 소집 요구서를 지난 18일 지도부에 제출했다. 경선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며 원칙론을 강조했던 송영길 민주당 대표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이후 송 대표는 대선 후보 9명과 접촉해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1위 대선주자인 이 지사를 제외하고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 등은 코로나19와 경선 흥행을 명분으로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인 정운현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은 SNS에 “의총 개최 문제를 소홀히 다뤄선 안 된다”며 “정권 재창출의 명운이 걸린 사안인 만큼 지도부가 모든 걸 열어놓고 당의 앞날을 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 측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선 연기에 반대하는 이 지사 측을 저격하기도 했다. 조 의원은 “당내 토론과 경쟁 과정에서 당헌·당규를 준수하라는 정당한 요구에 대해 당헌·당규와 당 운영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없이 절제되지 않은 막말을 사용하는 경우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앞서 “가짜 약장수들이 가짜 약을 팔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는 그런 식으로 약을 팔 수 없다”며 경선 연기 주장에 강력 반발했었다.
이 지사 측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의원들의 요구에 의총 개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지도부의 고충은 이해한다”면서도 “당헌·당규상 경선 일정을 논의할 권한이 의총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또 다시 국민과의 신뢰를 저버리고 원칙을 깨는 것으로 비쳐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를 제외한 여권 대선주자들은 이른바 반(反)이재명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이 전 대표, 정 전 총리와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22일 ‘도심공항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동 정책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여권 후보로서 공동 공약을 발굴하자는 취지지만, 대선 경선 연기에 한목소리를 내는 주요 주자들이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오형주/조미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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