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000선에 안착한 이후 투자자들은 주가가 한 단계 ‘레벨업’할 이벤트를 찾기 시작했다. 유동성은 더 이상 불어나면 위험할 만큼 증시로 쏟아져 들어왔고, 기업 이익은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이벤트 중 하나가 ‘선진국지수’ 편입이다.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받으면 주가가 더 오르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올해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한국의 관찰대상국 지위를 회복시켜주지 않았다. 그동안 지적했던 외환시장 규제 등에 더해 한국의 공매도 규제까지 문제 삼았다.
재계와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자금이 급격히 늘고 있고, 신흥국지수 내 중국의 부상 등을 고려하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대로 가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난해 평가와는 두 가지가 달라졌다. 통신업종 내 외국인 지분 제한(49%)의 완화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회에 지분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공매도 규제 문제가 새롭게 제기됐다. MSCI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재개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 인프라’ 항목 내 공매도 점수를 ‘문제 없음’에서 ‘일부 문제, 개선 가능’으로 부여했다. 시장 인프라 부문은 한국이 선진국지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시장 접근성 기준’에 하위 항목이다. 사실상 평가가 악화됐다.
여기에 기업이 배당금을 배당락일 이후 결정해 배당수익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게 MSCI의 주장이다. 주주환원책을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환경에서는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은 이와 관련해 MSCI에 지난 5월 서신을 보내 “활성화된 역내 외환시장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이 있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를 거래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통화조합별 거래 규모를 보더라도 달러·원 거래가 10번째로 많은 만큼 역외 외환시장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MSCI 태도는 강경하다. 선진국지수에 편입한 23개국 모두 역외 외환(현물)시장이 있다며 한국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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