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글로벌 매체 CNN은 세계 전역에서 기자들이 취재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에 뉴스 취재 및 생산 허브가 있는 CNN은 전 세계 4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중이다. CNN 창립 1년 후인 1981년에 입사한 메리 로저스(Mary Rogers)도 그 중 한명이다. CNN에서 40년을 몸담은 메리 로저스는 카메라 기자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고 기록한다는 점이 일에서 가장 보람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CNN 카메라 기자 메리 로저스를 서면으로 만났다.
본인 직업에 대해 소개 부탁합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속보를 취재하고 기획보도를 위해 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CNN에 40년간 몸담으면서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에서 취재 활동을 해왔습니다. 제1차 걸프전과 제2차 걸프전, 탈레반의 몰락, 넬슨 만델라의 당선, IS의 부상과 몰락 등 수많은 굵직한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이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적부터 지구본, 지도책,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를 보고 자라서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언론 분야로 진로를 정했는데 처음에는 기사 작성과 보도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런데 CNN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텔레비전 뉴스는 이미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쪽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편집 업무를 맡아 취재 영상을 방송용 뉴스 영상으로 다듬는 작업을 하다가 현장에서 취재 활동을 벌이는 뉴스 취재팀의 일원이 되고 싶어 결국 카메라 기자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일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취재 대상 스토리에 걸맞은 이미지를 촬영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카메라 기자는 취재기자를 위해서 모든 영상 요소들을 촬영해 종합적으로 엮어냄으로써 사건 현장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일조합니다. 뉴스 취재의 경우에는 스토리를 편집하는 업무도 수행합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수십 년의 취재 기간 중 기억에 남는 경험이 많이 있었지만 특히 2011년에 CNN 취재팀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는 반 카다피 혁명이 막 시작된 때였는데, 그때 기자단으로서는 처음으로 리비아에 들어갔습니다. 타 언론사 취재진보다 일주일 앞서 입국했기 때문에 사건을 단독으로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벵가지(Benghazi)시에 도착해 시위를 취재할 당시 시위 군중이 CNN을 연호하며 취재 차량에 사탕을 던져주고 손에 큰 부케를 안겨주는 등 아주 열띤 분위기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군중한테 그 정도로 열띤 호응을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겁이 났습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반 카다피 투쟁을 지원하러 왔다고 생각하는 듯했는데 사실 우리는 메신저에 불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스토리를 세상에 전할 수는 있지만, 행동에 나설 수 있는 힘은 각국 정부에게 있습니다. 우리의 일이 때로는 뿌듯한 책임감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그날의 일은 지금까지도 유일무이한 취재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고 기록한다는 점이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부분입니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훌륭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하루 8시간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보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다양한 변화를 목격하고 일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입사했을 때는 CNN이 초창기여서 배우고 성장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CNN에서 일하면서 처음에는 편집을 배우고 이후에는 촬영 기술을 익혔습니다. 원래 사진이 취미여서 사진의 기초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현장에서 모든 것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카메라 감독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요. 일할 때 본인만의 원칙과 기준이 있나요.
“우리 업무는 불규칙합니다. 사건이 터지면 회사에서 밤낮없이 연락이 오고 언제까지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취재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 융통성 있게 일해야 하고 체력도 받쳐줘야 합니다. 또 큰 사건을 취재할 때는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일주일 내내 장시간 근무해야 합니다. 그래서 체력적, 정신적으로 이런 부분을 감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비주얼 스토리텔링에 대한 지식, 어떤 장면을 담아야 할 지 파악하는 능력, 이런 장면을 시각적으로 잘 구성해 뉴스로 탄생시키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편집과 촬영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본인이 다루는 카메라의 기술적인 부분을 익혀야 하며 적합한 장면을 알아보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능력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일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일하다 보면 힘든 점이 많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술 전반, 카메라, 편집 방식에 여러 변화가 있었는데 이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배움의 자세를 잊지 않고 지속해서 공부하고 있지요. 취재에 필요한 장비와 물품 등을 운송하는 일도 애로사항 중 하나입니다. 한 번은 에티오피아에서 발생한 기근을 취재하러 갔는데 당시 자급자족을 위해 먹거리, 물, 발전기, 취침용 텐트까지 모든 물품을 가져가야 했습니다. 때로는 몇 주간 옷도 못 갈아입고 샤워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전쟁 등 생명의 위협을 받는 현장에 있을 때 두려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도 어려운 점입니다. 공포에 질린 상황에서도 임무를 계속 수행하고 카메라가 돌아가도록 해야 하니까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그동안 많은 사건을 취재했고 역사의 현장을 가까이에서 목격했습니다. 또 수많은 속보와 기획 보도를 계기로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는 마음 뿌듯한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뤘으니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CNN의 카메라 기자로서 세상의 관심이 가장 필요한 곳을 취재하며, 영상의 힘을 빌려 전 세계에 소식을 전하고 싶습니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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