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이 학력, 성별, 연령 등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지만 별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신입사원 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여성 채용 비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퇴사하는 비율이 높아져 인사담당자의 일만 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세연은 정부가 2017년 발표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강제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공공기관 중 정보 제공에 동의한 24곳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24개 기관의 제도 도입 전후를 비교 분석하고, 이들 기관과 같은 해 블라인드 채용 도입 예외를 인정받은 공공기관을 수평 비교했다. 그 결과 블라인드 채용 방식 도입으로 신입사원 개인의 특성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조세연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 도입 기관에서 SKY 출신 입사자 비중이 0.5%포인트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변화값이 0에 가까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는 게 조세연의 결론이다. 24개 기관의 SKY 출신 비율은 2017년 8.5% 수준으로 파악됐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 직전인 2016년 10.0%보다는 낮아졌지만 2013년 6.0%, 2015년 7.8%보다는 높았다.
면접조사에 응한 A기관 채용담당자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지원자의 능력을 판별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필기시험 문제 난도를 더욱 높이게 됐다”며 “그 결과 일부 기관에서는 SKY 출신 합격자 비율이 높아지고 고졸 출신이 배제되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채용도 마찬가지였다. 수평비교 결과 신규 입사자 중 여성 비중은 블라인드 채용 도입으로 5.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기관의 2017년 여성 채용 비중은 42%로, 도입 이전인 2013~2016년 34~38%보다 높아졌지만 다양한 사회경제적 조건 변화를 고려하면 블라인드 채용만의 효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를 쓴 민경률 조세연 초빙연구위원은 “응시자의 태생적 특성인 성별이나 외모, 가족관계 등을 평가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지만 학위와 전공까지 편견 요소로 분류하는 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으로 인사담당자의 업무는 상당히 과중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기관 인사팀이 기피 부서가 되면서 경험이 없는 직원들이 인사 업무를 맡게 되고 각종 실수가 발생해 채용 관련 징계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공기관 취업준비생과 재직자가 느끼는 채용과 관련된 심리적인 공정성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취준생 500명과 재직자 6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공공기관의 채용 공정성은 3년 전 45.4점에서 2020년 기준 62.0점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3년 뒤에는 공정성 점수가 68.0점까지 높아질 것으로 봤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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