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5군단 5공병여단 예하부대 내 휴식공간을 간부들이 독점하는 등 이른바 '간부 놀이터'로 탈바꿈 시킨 뒤 청소 등 뒷정리는 일반 병사들에게 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제보자 A씨는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부대 내 오래전부터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담소'일에 관련해 고발하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제보자에 따르면 '담소'란 부대 내에 있는 카페, 테니스장, 목욕탕 등 휴식할만한 곳이 모여 있는 공간으로, 대대원들의 사기증진과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탄생했다.
A씨는 "담소는 수많은 대대원들의 땀과 눈물이 섞인 노동력과 인내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현 실상은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면서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했던 담소는 현재 간부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일명 '대대장 및 간부들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말로는 모든 대대원이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용을 위해서는 대대장 건의를 통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으로 사실상 일반 병사들의 시설물 이용이 전면 금지된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담소라는 공간을 대대원들이 이용할 수 없어서 부당함을 느끼는 것도 있지만, 더 큰 문제들이 있다"며 폭로를 이어갔다.
A씨는 "암묵적으로 간부들만이 이용하고 있는 담소를 부대 내 예초를 담당하는 일반 병사들이 청소해야 한다"면서 "단순 청소부터 목욕탕 물 받기, 온도 체크, 수건 갈아주기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부대 내의 회식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간부들은 정작 담소에서 술자리 회식을 진행하고, 회식 이후 뒷정리를 전혀 하지 않아 술병과 남은 안주들 심지어는 누군가의 토사물까지 일반 병사들이 치우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시상황을 대비한 대대단위의 훈련인 혹한기 훈련 도중 병사들 몰래 대대장을 포함한 참모부 간부들끼리 치킨과 피자 같은 배달음식을 먹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담소관리병이라는 명목으로 조선시대 사노비와 다를바 없이 일과와 더불어 각종 담소 관리를 위해 병사들을 이용하는 게 말이 안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육군 5군단은 일부 내용을 인정했다.
5군단 측은 "제보된 내용과 관련해 상처를 입었을 장병들에게 진심으로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면서 "부대는 제보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B대대장을 분리조치한 후 엄정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조사 결과 부적절한 내용이 확인됐고, 추가 조사 후 결과에 따라 관련 법규에 의거해 엄중하게 처리할 예정"이라면서 "부대는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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