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우건설 매각 속도전…'제2 호반건설 사태' 재연 우려 [마켓인사이트]

입력 2021-06-21 15:24   수정 2021-06-21 15:28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 대우건설 매각전이 본격 막이 올랐다. 대우건설 실적이 3년 전과 달리 크게 개선되면서 시장의 관심도 뜨겁다. 그러나 대우건설 최대주주이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이달 초 공개매각 방침을 발표하자마자 속전속결로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 매각이 불발된 ‘제2의 호반건설’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본입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매각 측은 오는 25일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인수 후보자 측은 이날까지 구속력 있는 제안서(LOC)를 내야 한다. 스카이레이크- DS네트워크- IPM컨소시엄, 중흥건설, IMM PE 등이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매각대상은 대우건설 지분 50.75%을 포함한 경영권이다. 경영권 프리엄을 감안한 거래 금액은 1조8000억원~ 2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매각 실무는 BOA메릴린치가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시점을 대우건설 매각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 실적이 크게 개선된데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주가도 1년 새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거래를 주관하는 산은의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 측이 매각 일정을 속전속결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KDBI는 이달 초 BOA메릴린치를 매각주관사로 낙점했다. 이후 인수대상 후보들과 비밀유지계약(NDA) 사인을 체결한 뒤 오는 25일로 본입찰 일정을 통보했다. 약 2주 동안 입찰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일정이 촉박한 만큼 경영진 프레젠테이션, 현장 실사 등은 전부 다 생략됐다. 통상적인 M&A의 경우 매각 측은 매각 자문사를 선정한 뒤 티저레터 배포, 투자설명서(IM) 배포, 구속력이 없는 예비입찰, 적격예비인수 후보(숏리스트) 선정, 경영진 인터뷰를 포함한 실사, 구속력이 있는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순서로 진행된다. 예비인수후보자들이 한 달여 정도의 실사를 거쳐 입찰 여부를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거래를 최종 마무리하기까지 전체 소요 시간은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도 걸린다.

이번 거래의 경우 인수후보군이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실사 과정을 생략한 채 프로세스를 진행하는데 대해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KDBI 측이 가상데이터룸(VDR)을 개방했지만 이미 공개돼있는 대우건설 재무제표 수준이라 정보가 제한적이다. 인수 후보측에서는 2주 만에 2조원에 달하는 거래에 대한 참여 여부를 결정해야해 사실상 '묻지마 투자'를 해야되는 셈이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해외 플랜트 부문 비중이 상당하다. 통상적인 경우 현장을 방문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현장 실사가 아예 불가능하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실사와 함께 2조원에 달하는 자금 모집을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 매각이 또 다시 불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 회사는 대우그룹 해체 이후 워크아웃을 거쳐 2006년 금호아시아나에 넘어갔다. 인수자금을 감당하지 못한 금호가 3년 만에 매물로 내놓으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2011년 대우건설을 떠안은 산업은행은 2017년 공개매각을 통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호반건설은 당시 우협에 선정된 뒤 해외 부실 문제가 터지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우협 선정 1주일만이었다.

일각에서는 KDBI측이 인수 후보를 이미 낙점하고 절차상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공개 매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인수를 검토했다가 참여 의사를 접은 후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부 후보는 이미 올해 초부터 KDBI측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뒤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다. 산은의 매각 의지에 대해 진정성을 제기하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가 현재 거론되는 인수 후보자를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 표면적으로 매각을 하려는 시늉만 한다는 얘기다.

IB업계 관계자는 "주관사를 선정하자마자 바로 본입찰을 진행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개인 오너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였다면 이런 식으로 매각 작업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정이 너무 촉박해 실사할 여유도 없어서 일부 후보는 자문사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이 기사는 06월18일(08:1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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