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방위비가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는 이미 역전됐고, 실제 액수로도 2년 후면 뒤집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력이 역전되면 외교와 역사문제에서도 한국이 우위에 서게 될 것으로 일본 측은 우려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8년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한일 방위비가 처음 역전됐으며 방위비 예산 증가율과 환율 등이 현 추세대로 유지된다면 실제 방위비도 2023년 한국이 일본을 앞서게 된다고 22일 보도했다.
일본의 방위예산은 약 5조엔(약 51조원)으로 2013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GDP 대비 방위예산 비중은 세계 125위, 주요 7개국(G7) 가운데 꼴찌다.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인 2018~2020년 매년 7.0~8.2%씩 방위비를 늘렸다. 그 결과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는 2.7%로 미국을 제외한 G7 국가를 모두 앞선다. 같은 기간 중국의 방위비는 일본의 4배로 늘어나 경제력 뿐 아니라 군사력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 관계자에 따르면 아베 신조 전 총리 내각 시절부터 총리관저에서는 "한국에도 뒤진단 말인가"라며 국방비 증액을 논의했다. 하지만 막대한 사회보장비 지출 부담 때문에 국방비를 늘릴 여유가 없었다는 전언이다. 일본은 1년 예산의 3분의 2를 사회보장비 지출과 국채 이자 지급에 쓴다.
미군 전력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것도 일본이 국방비 증액에 소극적인 이유였다. 미국 1강 시대에는 문제가 없는 전략이었지만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어 일본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전 미국 국방부 고위관료는 "아시아에서 중국에 대한 미군의 우위는 이미 무너졌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중국에 굽신거리고 북한에는 관대한 한국의 외교노선을 전략 부재로 평가절하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이 신문은 "최소한 방위비에 대해서는 한국의 전략 감각이 일본보다 정상적"이라며 "한국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자국의 안전보장을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늘어난 방위비를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비한 미사일 방위체제와 정찰력 강화 ▲중동과 한반도를 잇는 해상교통로 확보를 위한 이지스함과 경항모 등 해군력 증강에 주로 투입하고 있다.
실제로는 중국에 대한 대비도 상당 부분 진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토 고타로 캐논글로벌전략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중국 어선이 한국 근해에 몰려오고 중국군 함선과 항공기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며 "한국이 해군과 공군 전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국군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북한에 대처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군의 위협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한일간 군사력이 역전되면 외교와 역사문제에 있어서도 한국의 입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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