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언대용신탁에 맡긴 재산은 유류분반환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판결이 선고되면서, 유언대용신탁에 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언대용신탁은, 피상속인이 위탁자가 되어 자신의 재산을 수탁자(신탁회사)에게 맡겨두고 자신의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하다가 사후에는 자녀들(또는 자녀 중 한명)을 수익자로 지정하여 신탁재산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그런데 만약 부모가 사망할 당시에 유언대용신탁에 맡겨둔 재산 이외에는 이렇다할 재산도 없고 심지어 부채만 많은 경우에, 사후수익자로 지정된 자녀가 상속을 포기하면 유언대용신탁재산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이것은 결국 유언대용신탁에 기해 사후수익자로 지정된 상속인이 받게 되는 신탁수익이 상속재산인지 아니면 상속인의 고유재산인지의 문제이다. 만약 신탁수익이 수익자의 고유재산이라면 설사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신탁수익은 취할 수 있을 것이고, 신탁수익을 상속재산으로 본다면 당연히 이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에서 사후수익자가 받게 되는 신탁수익이 수익자의 고유재산인지 위탁자로부터 받은 상속재산인지의 문제에 관하여는 아직 명확한 판례가 없다. 다만 유언대용신탁계약의 구조(위탁자가 수익자를 위해 수탁자와 계약을 체결)가 생명보험계약의 구조(피보험자가 보험수익자를 위해 보험자와 계약을 체결)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생명보험금에 관한 판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상속인이 보험계약자이자 피보험자가 되고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보험사고가 발생(피상속인의 사망)하여 상속인이 보험금을 받게 되면 그 보험금은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라고 보는 것이 판례이다. 즉 대법원은, 상속인이 받는 생명보험금은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받게 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다29463 판결).
위탁자가 수탁자와 유언대용신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상속인 중 특정인을 사후수익자로 지정한 경우, 위탁자가 사망함으로써 상속인이 사후수익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은 상속의 효력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신탁계약의 효력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유언대용신탁에 의해 상속인이 받는 신탁수익은 상속재산이 아니며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유언대용신탁에 따라 상속인이 받게 되는 신탁수익이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라면, 상속인으로서는 그 수익을 받더라도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유언대용신탁이 상속의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세법상 유언대용신탁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민사법상 상속재산과 세법상 상속재산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이고 언제나 같이 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상훈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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