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포카칩 출시 당시 오리온은 고민이 많았다.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는 감자 품종인 수미 감자는 수분이 많아 바삭바삭한 식감을 살린 감자칩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호주 등에서 수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서 감자를 수입해 감자칩을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수입 품종에 의존할 수는 없었다. 오리온은 고민 끝에 연구소를 세웠다. 국내 최초의 감자 전문 연구소 ‘오리온 감자연구소’다.
오리온 감자연구소는 국내 감자칩의 ‘종자 독립’을 이뤄냈다. 10여 년간 연구한 끝에 미국, 호주 등에서 수입하던 대서 감자를 대체하는 품종인 두백 감자를 개발했다. 두백 감자는 수미 감자에 비해 전분도가 높고, 수분이 적어 감자칩을 만드는 데 적합한 품종이다. 튀겼을 때 갈색 반점이 나타나는 대서 감자의 단점도 보완했다. 황순원 오리온 종서개발파트장은 “감자 요리를 할 때는 수분이 많은 수미 감자가 좋지만 감자칩을 만들 때는 두백 감자보다 좋은 품종이 없다”고 강조했다.
두백 감자엔 ‘로또 감자’란 별명이 붙었다. 두백 감자처럼 우수한 품종이 나올 확률은 로또에 가깝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감자연구소에서 감자 품종을 개발하는 방법은 사실 단순하다. 계속해서 다른 종자와 결합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품종의 우수성을 테스트한다. 개발한 품종이 우수하더라도 국내 기후와 토양에 적합하지 않으면 폐기한다. 황 파트장은 “10여 년간 최소 50만 번의 종자 결합과 테스트 끝에 탄생한 품종이 두백 감자”라고 설명했다.
국산 햇감자는 보통 6월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6월에 생산된 포카칩과 스윙칩 등은 햇감자로 만든 감자칩이라는 얘기다. 국내 감자 수확 시기는 6월부터 11월. 감자 수확 시기가 아닌 11월 이후부터는 수입 감자로 감자칩을 만든다. 황 파트장은 “일반인은 맛을 구별하기 쉽지 않지만 국산 햇감자로 만든 포카칩이 수입 감자로 만든 포카칩보다 더 맛있다”며 “국내에서 감자를 수확하는 6월부터 11월까지가 감자칩 제철인 셈”이라고 했다.
‘제철 감자칩’을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감자칩 뒤에 적힌 원재료명을 확인하면 된다. 국산 햇감자로 만든 감자칩은 ‘감자(국산)’라고 쓰여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수입 감자로 만든 감자칩이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제철 국산 햇감자로 만든 감자칩을 찾아 먹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말했다.
평창=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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