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002년 법 개정을 통해 변리사의 공동 소송대리권을 인정했다. 일본변리사회가 주관하는 연수를 수료하고 특허청의 소관 시험에 합격하면 변리사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 당시 일본변호사협회 측은 “변리사 등 인접 자격사들의 법 개정 요청이 받아들여진 가장 큰 이유는 일본 변호사들이 대시민 법률 서비스에 무관심했다는 시민사회의 평가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은 소송 당사자의 의견을 중시한다는 기조 아래 경우에 따라 변리사 단독으로도 소송 대리가 가능하다.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유럽통합특허법원에서는 기업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인정됐다. 변호사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유럽 산업계 및 소비자의 이익이 우선 고려된 결과로 풀이된다. 독일에서는 변리사가 별도로 침해소송 대리권을 갖고 있진 않지만 소송 당사자의 신청이 있으면 변리사가 함께 소송에 참여할 수 있으며 법정진술도 가능하다.
국내 변리사들은 “국내 기업이 국제사회에서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공동 소송대리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공동 소송대리권을 인정하고 있는 중국, 유럽, 일본 기업들과 주로 분쟁을 겪고 있다.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국제 특허 출원 건수에서 1위를, 일본은 3위를 차지한 경쟁 국가다. 한국은 4위였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와 특허소송을 진행한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의 자회사 ‘JOLED’ 사례가 대표적이다. JOLED는 지난해 6월 미국 텍사스 서부지방법원과 독일 만하임지방법원에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가 JOLED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이 JOLED가 보유한 특허권을 침해했고 허락 없이 갤럭시 스마트폰을 판매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양사는 1년간 특허 공방을 이어오다가 이달 합의를 통해 분쟁을 가까스로 일단락지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