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 기자] 이유비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게 빛나는 법을 안다. 단단한 자아, 완연한 목소리로 성큼 돌아선 지금의 이유비.
오랜만에 만난 그는 작품 앞에서 여전히 꾸임없는 모습이었다. “‘유미의 세포들’이 웹툰으로 처음 나왔을 때부터 꾸준히 봤던 팬인 만큼, 촬영에 임하고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도 즐거웠다”라고 웃으며 말하는 그. 마치 설레는 이성을 만난 듯 수줍게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앞에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2011년 데뷔 후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속 ‘강초코’부터 시작해서 MBC ‘구가의 서’ 속 ‘박청조’, SBS ‘피노키오’ 속 ‘윤유래’ 등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왔던 20대의 이유비. 그런 그가 시간이 흘러 30대가 되고 난 뒤 새로운 작품에 돌입하는 각오는 여느 때보다 곧고 강한 모습이었다.
“20대에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었다면, 30대가 되고 나선 연기자로서 구체적인 목표와 욕심이 생기더라” 잠시 숨을 고르고 촬영장으로 돌아온 이유비는 한층 성숙해진 마음으로 다시 발돋움할 준비를 마친 듯 보였다. 때론 햇살처럼 말간 생기로, 때론 그늘처럼 깊은 목소리로 오늘의 시간을 맞이한 시점.
화보 촬영장 안에서도 그는 누구보다도 가벼운 호흡으로 역할 속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Pretty Woman’이라는 촬영 콘셉트가 부담스러울 만도 한데, 이미 그 캐릭터를 연구라도 한 듯 놀라운 속도로 습득한 얼굴. 흰 배경을 뒤로한 퓨어 무드부터 80년대 걸리시 레트로, 몽환적인 채색의 톤까지 역시나 ‘이유비다운’ 표정으로 싱그럽게 빛내는 그였다.
Q. 워낙 화보 촬영을 많이 하는 셀럽이다 보니 어떤 콘셉트가 어울릴까 고민이 많았다. 촬영은 재밌었나
“물론이다. 화보 촬영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매번 다른 콘셉트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지 않나(웃음)”
Q. 새로운 뷰티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프로그램에 대해 간략한 힌트가 있다면
“기존 뷰티 프로그램들에 비해 진행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여자 진행자들끼리 편하게 수다 떨면서 뷰티 꿀팁도 알려드리고, 매주 찾아오는 게스트들에게 메이크 오버를 선사하는 콘셉트라고 알고 있다”
Q. 항상 느끼는 거지만 패션&뷰티계에서 끊임없이 큰 관심을 받는듯 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일단 내게 큰 관심을 주신다는 점에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비결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끌리는 스타일이 있다면 두려움 없이 곧바로 도전하는 편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웃음)”
Q. 요즘 배우들은 본인의 관심사를 콘텐츠로 풀어서 소통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이유비에게 뷰티와 패션도 그런 느낌일까
“그렇다. 워낙 뷰티와 패션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이런 나 자신을 조금 더 편하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크다. 드라마 속에서 보이는 모습이 아닌 평소에 내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꾸미는지 일상적인 포인트에 맞춰서 소통하고 싶다. 직접 따라 해주시는 팬분들 반응을 보는 것도 재밌고 뜻깊은 순간이다”
Q. 내 주위 또래 여자 친구들에게 이유비 씨 인기가 장난 아니더라. SNS를 보고 데일리룩을 고민할 정도다
“친구가 내 SNS 사진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핸드폰 배경 화면으로 설정해놨다고 하더라(웃음). 그런 말을 종종 들을 때마다 정말 부끄럽지만 그것 모두 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지 않나. 나를 따라서 같은 옷을 입고 싶어 하시고, 같은 모습으로 꾸미고 싶어 하시는 모습 자체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Q. tvN ‘유미의 세포들’ 촬영이 한창이다. ‘루비’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루비’가 워낙 사랑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캐릭터지 않나. 그런 유니크한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 같다. ‘유미의 세포들’이 웹툰으로 처음 나왔을 때부터 꾸준히 봤던 팬인 만큼, 촬영에 임하고 준비하는 과정 모두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다”
Q. 네일 아트 컬러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루비’의 외적인 특성 때문인 건가
“맞다(웃음). 감독님께서 ‘루비’의 시그니처 컬러는 연보라색이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작품 내 아이템들을 보면 연보라 컬러가 많이 스며들어있다. 드라마 초반에 캐릭터를 구축할 때에 맞춰 네일 컬러도 통일시키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Q. 팬들의 가상 캐스팅 1순위였던 것 알고 있나. 결국 성공적으로 캐스팅이 이루어져 다행이라는 의견이 많더라
“사실 가상 캐스팅 순위에 있었다는 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웃음). 나 또한 워낙 원작의 팬이다 보니 그 순위에 들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했던 것 같다. 이후 그 바람이 현실이 되어 캐스팅됐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기뻤다”
Q. 이번 작품을 도전하면서 발견한 새로운 면
“이번 작품을 돌입하며 새롭게 느낀 건 내가 생각보다 애교가 없다는 거다(웃음). 난 내가 (애교를) 잘 부리는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쉽지 않더라. 주변 친구들에게도 내가 애교 있는 스타일인지 물어봤더니 생각보다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Q. 본인 외에 아무도 모르지만 데뷔 후 지금까지 철저하게 지켜온 것
“아마 거의 다 아실 것 같은데(웃음). 아무도 모를 만한 건 이제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꼽자면 꾸준한 관리. 항상 좋은 컨디션을 보여드려야 하니까. 예전에 드라마 촬영하면서 허리를 다쳤을 때 말고는 꾸준히 관리를 지속해왔다. 그때는 워낙 몸도 안 좋고 약물치료와 병행하면서 드라마 촬영에 임했기 때문에 관리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빼고는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철저하게 관리하는 편이다”
Q. 올해 만으로 30세가 되지 않았나. 20대에 느끼는 것들과 30대에 느끼는 것들, 가치관에 있어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20대에는 뭔가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가치관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지내고 싶었다. 근데 30대가 딱 되니까 한순간에 욕심이 생기더라. 그게 정말 신기했다. 앞으로는 정말 좋은 모습만 보여드려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연기자로서나 유명인으로서나 대중들이 원하는 것들만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 부분을 자각하며 올바르게 나아가고자 노력 중이다”
“30대가 되고 나서부터 남들과 소통하는 것도 내게 중요한 과정이구나 느끼곤 하지만 가치관에 있어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내가 갖출 행복을 찾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Q. 좋아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더 듣고 싶었다
“사진 찍는 걸 정말 좋아한다. 평소에 집에 있을 때 외국 화보나 관련된 예쁜 사진을 저장해놓을 정도로 자주 참고한다. 음악이나 영화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 직접 괜찮은 콘텐츠를 찾아서 접하는 편이다”
Q. 동안 피부를 유지하는 비결
“아실지 모르겠지만 내가 너무나도 예민한 피부를 가졌다. 정말 조금만 건조해도 바로 트러블이 올라오는 데다가 화장품 알레르기도 있어서 평소에는 절대로 화장을 안 할 정도다. 민감성 피부를 갖고 있는 만큼 생활 습관에 있어서 사소한 것들을 꼭 지키려고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물을 많이 마신다거나, 화장도 꼼꼼하게 지워낸다거나 그런 것들. 평소에는 화장을 절대 안 하지만 혹시나 꼭 해야 하는 날이 있다면 귀가 후엔 최대한 빠르게 씻겨낸다(웃음). 이런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피부가 정말 쉽게 망가지기 때문이다. 평소에 경락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아한다. 마사지를 받고 안 받고 차이가 확실히 있더라. 최근에 ‘결이고은 에스테틱’ 모델이 되었는데 꾸준히 이용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Q. 왠지 모르게 감정에 있어 호불호가 강한 사람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는 어떤 편인가
“내 MBTI가 ESTP인데 호불호가 정말 명확한 성향이라고 나와 있더라. 내가 느껴도 난 호불호가 정말 강한 사람이다.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내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편이지만, 반대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이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그 존재감을 아예 안 느낄 정도로 말이다(웃음)”
Q. 이유비에 대한 또 다른 오해가 있다면 이참에 알려줄 수 있나
“글쎄. 애교 많고 밝은 사람일 것만 같다는 이미지? 아까도 말했지만 이번 ‘유미의 세포들’에 출연하면서 지인들에게 내가 전혀 애교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확인받지 않았나. 나조차도 날 오해를 하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웃음)”
Q. 이미지 자체가 천진난만한 느낌이었는데 생각보다 되게 진중하다
“그 얘기는 항상 듣는 것 같다. 천진난만하게만 봤는데 실제로는 차분한 모습이라고. 왜 그런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어두운 이미지는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평소에 하고 싶은 말도 솔직하게 말하다 보니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Q. 개인적으로 2018년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가 이유비에게 큰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웠지만 본인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 많다
“찍을 때 재밌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우보영’ 같은 캐릭터는 내가 처음 맡아보는 역할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말하면 다들 놀라시더라. 워낙 내 이미지와 비슷하게 비쳐서 그런 것 같다. 감성적인 스토리 라인 또한 좋았기 때문에 그런 영화나 드라마가 또 들어온다면 앞으로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Q. 어린이 이유진은 어떤 아이였나
“춤추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그런 평범한 아이였다. 그리고 마론 인형이나 바비 인형 같은 사람 인형을 되게 무서워했다. 어릴 때 여자애들은 특히 그런 것들을 좋아하지 않나. 그와 반대로 나는 되게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다”
Q. 그때 당시에 행복의 기준이라고 여겼던 것이 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이뤄놓은 상태일까
“내게 행복의 기준은 언제나 같은 곳에 쓰여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것,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것. 그게 내 행복의 기준이다. 지금도 그것을 어느 정도 이루고 있다고 느끼며, 항상 그 기준을 목표로 살아가고 싶다”
Q.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에게 다가가는 나만의 방법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편이다. 알고 보면 소심한 면이 있다고 해야 할까. 너무 좋아하면 표현하는 게 더 힘들어진다. 나한테 안 다가온다고 해서 먼저 말을 거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운명적 흐름을 어느 정도 믿기 때문에 친해질 사람들은 부담감 없이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평소 힘들 때마다, 혹은 힘을 받고 싶을 때마다 자주 쓰는 단어나 문장이 있을까
“힘들 때마다 ‘내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은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고, 한 번뿐인 인생인데 내가 힘들어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문장을 깊게 되뇌곤 한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두윤종
의상: 마가린핑거스, oloi, 셀프 포트레이트(self portrait), 아벨바이케이(Abel by k)
슈즈: 매그파이(MAGPIE)
아트디렉터: Bluefast (누툭, 린펑)
스타일리스트: HANstyle (한승희, 송자영)
헤어: 팀바이블룸 다겸 실장
메이크업: 팀바이블룸 이안나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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