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데이터 1년 이상 후행...액티브 펀드, 빠른 변화 대응 강점

입력 2021-07-12 06:02  

[한경ESG] 투자 전략



기후변화, 부의 양극화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 투자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ESG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 규모는 2020년 말 520억 달러로 2019년 160억 달러에서 약 223% 증가했고 올해도 610억 달러(3월 12일 기준)로 연초 대비 18% 증가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가 패시브 시장의 성장으로 설정액이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ESG 주식형 펀드(액티브 기준)는 올해 4300억원의 설정액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했다.

ESG 펀드를 ‘ESG’ 명칭이 붙은 유형뿐만 아니라 녹색 성장, 뉴딜까지 포함해 광의적으로 본다면 올해 증가한 설정액은 8000억원으로 독보적인 모습이다. 규모가 가장 큰 배당주 및 가치주 테마 펀드 설정액은 1조8000억원 감소했다. 한국판 뉴딜정책, 기업들의 ESG 관련 투자 확대 등으로 ESG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SG 투자를 하는 여러 목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률이다. 과거에 주로 사회책임투자(SRI)로 불렸던 ESG 투자 펀드들은 2005~2007년 국내 주식형 펀드 열풍과 함께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2008~2011년 시장과 차별화되지 못한 수익률을 기록했고 2012~2018년엔 시장 대비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규모가 크게 줄었다. 국내에서 ESG 투자가 다시 본격적으로 대두된 시점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이 공개된 2019년으로 볼 수 있다. 주요 연기금을 비롯해 ESG 투자가 다시 확대되면서 2019년부터 ESG 펀드의 수익률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올해 ESG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4%로 코스피를 0.9%포인트 앞섰다.

과거(SRI)와 현재(ESG)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전히 SRI와 ESG 명칭이 혼용돼 쓰이고 둘 다 공익적 가치 추구에 중점을 두는 점 등은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ESG 투자에서 강조하는 것은 수탁자 의무로 고객과 수익자의 투자 수익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둔다는 점이다. 착하기만 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착하고 전망이 밝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투자 목적이 바뀌었다.



국내 ESG 투자는 꾸준한 수익이 지속될 수 있을까. ESG 투자가 활성화된 해외 사례에 비춰보면 향후 전망이 밝다. 벤치마크로 많이 활용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 ESG 리더스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10년)은 9.9%로 MSCI 세계 지수를 0.5%포인트 앞섰다. 특히 연도별 초과 성과가 지수가 제공된 2008년 이후 약 80%의 승률(벤치마크 상회 비율)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과를 보였다.

물론 국가별로 성과에 차이는 나타났다. 선진국에선 유럽과 일본이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신흥국에선 중국이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이는 국가별 정책 방향의 차이에 기인한다. 유럽과 일본은 ESG 활성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중국도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환경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미국은 트럼프의 반(反) 환경정책으로 ESG 투자에 자금 유입이 제한적이었고 성과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한국의 ESG 투자는 국가별 ESG 리더스 지수 초과 성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동안 성과가 좋지 못했다. 이는 한국 ESG 지수 특성상 업종이 편중(높은 금융업 비중)돼 있고, 열악한 ESG 평가체계, 정책 부재 등이 이유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ESG 투자와 정책이 활성화되면서 수익률이 좋아졌다. 한국도 이러한 활성화가 이제 시작됐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은 낙관적이다.



국내 주식 기준으로 ESG 투자는 ESG 액티브 펀드와 ESG ETF, ESG 우수 종목에 투자하는 것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다른 테마 투자와는 다르게 ESG 투자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별 ESG 평가에 기반해 투자한다는 점이다. ESG 평가기관이나 운용사 인하우스 리서치에서 기업을 평가하고 이를 ESG 지수 또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반영한다.

ESG 액티브 펀드

ESG 액티브 펀드는 기업별 ESG 환경 변화를 빠르게 포트폴리오에 반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ESG 평가를 위한 데이터는 재무 정보보다 1년 이상 후행된 데이터가 대부분이다. 이는 ESG 정보 공개가 제도화돼 있지 않아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ESG 정보가 실제 변화됐음에도 ESG 평가기관의 점수에는 반영되지 않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액티브 펀드는 기업의 ESG 정보를 포트폴리오에 빠르게 반영시킬 수 있다.

ESG ETF

ESG ETF는 추종하는 지수가 어떤 평가기관의 평가 점수를 활용했는지가 중요하다. 국내 ESG 관련 지수는 한국거래소(KRX)와 MSCI에서 주로 제공한다.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고 있는 지수의 경우 한국기업지배구조원, MSCI에서 제공하는 지수들은 MSCI 방법론을 통해 ESG를 평가한다. 또한 시장지수 복제율에 따라 수익률에 차이를 보인다

ESG 우수 종목 선별

ESG 우수 종목 투자는 평가기관의 ESG 점수를 바탕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ESG 평가기관에 따라 종목 점수가 상이할 수 있어 평가기관의 방법론을 고려해야 한다. ESG 평가 우수 종목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은 ESG 점수 상위 기업의 수익률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MSCI ESG 점수 상위 기업과 하위 기업들의 2020년, 2021년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2020년엔 ESG 점수 하위 기업의 성과가 높게 나타났다. 표면적인 ESG 점수 외에 ESG 모멘텀, 섹터 편중 효과 등을 고려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주요 ESG 지수 소개

국내 ESG 지수를 산출하는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한국거래소와 해외 지수 사업자인 MSCI가 있다.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지수는 KRX ESG 리더스 150과 코스피 200 ESG 지수(KRX 산출), MSCI ESG 리더스와 ESG 유니버설 지수(MSCI 산출) 등이다. 일반적으로 ESG 지수는 ESG 점수가 높은 종목들의 비중을 높여 알파(추가 수익)를 추구한다. ESG 지수별로 평가기관의 ESG 점수 이용 여부와 벤치마크(BM) 복제율에 따른 차이가 발생한다.

한국거래소에서 제공하고 있는 KRX ESG 관련 지수들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산출한 종목별 ESG 점수를 통해 지수를 구성한다. MSCI에서 제공하는 지수들은 MSCI 방법론을 통해 계산된 종목별 ESG 점수로 지수를 구성한다. BM 지수와의 성과 차이를 기준으로 보면 코스피 200 ESG 지수와 MSCI ESG 유니버설 지수는 BM 지수 성과와 차이가 크지 않은 ESG 지수다.

반면 거래소의 KRX ESG 리더스 150 지수와 MSCI ESG 리더스 지수는 복제율이 앞선 지수보다 낮아 BM 대비 성과 차이가 큰 지수다. KRX ESG 리더스 150 지수는 국내 상장 종목 전체를 대상으로 도박, 담배, 주류, 군수산업과 같이 ESG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제외한 후 ESG 통합 점수 상위 150개 기업을 선정한다. 이후 ESG 점수에 따라서 비중을 구성하는데 이러한 방식이 BM과의 차이를 발생시킨다. 코스피 200 지수와 비교해보면 코스피 200의 32.1%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리더스 150 지수 상위 10개 종목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6.6% 차지하는 SK하이닉스는 1.5% 비중으로 포함돼 있다.

MSCI ESG 리더스 지수는 MSCI 한국 지수에 포함된 구성 종목에 MSCI ESG 리서치에서 제공하는 ESG 통합 점수와 ESG 논란 점수,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을 바탕으로 기준에 따라 제외하는 방식으로 선정한다. 3단계의 스크리닝을 거친 후 2월 26일을 기준으로 포함돼 있는 구성 종목 수는 39개로 MSCI 한국 지수(106개 종목)와 종목 수에 있어 차이가 크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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