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만3139명과 32만8174명.
지난달 기준 한국의 만 26세 남성과 여성의 숫자다. 여성 대비 남성의 비율이 114%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전체 인구에서 이 비율은 99.5% 수준이지만, 만 20~29세를 떼어놓고 보면 110%에 달한다. 특별한 외부 요인이 없을 경우의 남녀 인구 비율을 뜻하는 이른바 ‘자연적 성비’(105%)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젠더 갈등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세력화 양상을 보이는 20대 남성들은 인구 구조상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남성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 과정에서 남녀 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붕괴, 산업구조 재편은 갈등을 심화시키는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저성장 고착과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먹고사는 문제’와 마주하게 된 2030세대가 이에 대한 분노를 상대 성별에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장년층이 늘면서 청년 대다수는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다”며 “모두가 사회 진입 과정에서 불리하다고 느끼는 가운데 분노 표출 대상이 상대 성별 집단이 됐다”고 분석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선, 건설 등 남성의 근력을 필요로 하는 일터는 갈수록 줄어드는 데 비해 정보기술(IT), 금융 등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와 성과가 무관한 업무는 늘어났다”며 “이런 산업 재편이 남성들의 상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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