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에일라트 쇼크’는 해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스라엘의 1800t급 구축함인 에일라트함을 이집트가 네 발의 스틱스 미사일로 침몰시켰다. 수상함에 미사일이 큰 위협이 된다는 점을 세계가 알게 된 사건이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때부터 미사일 방어의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CIWS는 대함 유도탄, 고속침투정, 테러 목적 수상함 등의 위협으로부터 함정을 최종 단계까지 방어해주는 무기체계다. 함정에 탑재된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SAAM)과 함포의 방어막이 뚫리면 CIWS가 최후의 방어에 나서기 때문에 ‘함정 최후의 보루’라고도 불린다. 미국과 네덜란드가 CIWS 선진국으로 통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CIWS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표적 탐지, 추적, 피아 식별 및 미사일 유도 등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 가능한 다기능레이더(MFR)를 항공기 탑재용, 지상용, 함정 탑재용으로 개발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내 최초로 AESA레이더를 개발해 지난해 8월 시제 1호기를 성공적으로 출고했다. 세계에서 12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AESA레이더는 지상해상공중에 있는 적을 먼 거리에서 먼저 발견하고 무력화할 수 있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의 핵심 장비로 불린다. 미국도 기술 이전을 거부했을 만큼 전략기술로 분류된다.
한화시스템은 2007년 윤영하급 고속함(PKX-A)에 함형화된 EOTS를 개발했다. 이후 함정의 운용 목적에 맞도록 성능을 개선해 함형별로 탑재해 전자광학 분야에서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고성능 사격능력에 필수적인 사격통제 자동화 알고리즘에도 노하우를 갖췄다. 한화시스템은 해군에서 실시한 사격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낸 함정에 수여하는 명칭인 ‘탑건’에 수차례 선정된 전투체계의 사격통제 알고리즘을 CIWS-Ⅱ에 적용할 예정이다. 운용자가 직접 탄착수정을 해야 하는 전투체계 사격통제 알고리즘의 시간 단축을 위해 자동화된 탄착수정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CIWS-Ⅱ 역시 전투체계 중심의 통합 성능이 보장돼야 하는 이유다. 현대 해군함정은 과거보다 성능이 우수한 레이더, 피아 식별장비, 전자전장비 등을 갖췄다. 앞으로 CIWS-Ⅱ를 탑재할 함정 역시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장비들을 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CIWS-Ⅱ는 전투체계를 통해 통제하고 발사하는 무기이기 때문에 통합성능이 중요하다고 한화시스템은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은 ‘함정의 두뇌’로 불리는 함정전투체계 개발 능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한화시스템은 약 40년 동안 대한민국 해군의 함정, 잠수함 등 90여 척에 전투체계를 공급해 왔다. 2019년엔 필리핀에 300억원 규모의 함정 전투체계를 수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약 54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전투체계(CMS) 및 다기능 레이더(MFR) 개발’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한민국 함정의 전투체계를 대부분 개발해왔기 때문에 CIWS에도 전투체계통합 기술을 적용해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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