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급식 부당지원 과징금 2349억"…삼성 "행정소송 제기"

입력 2021-06-24 13:51   수정 2021-06-24 13:56


삼성웰스토리에 계열사 급식 사업을 몰아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에 현금창출원을 만들어줬다는 의혹을 받는 삼성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삼성은 행정소송 등 법정대응을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지원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삼성웰스토리에 총 2349억2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24일 밝혔다. 부당지원 행위 관련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로 2013년 4월부터 이달 2일까지 8년 이상 삼성전자·디스플레이·전기·SDI 등 4개사의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수의계약으로 웰스토리에 몰아줬다. 삼성 계열사인 웰스토리는 총 매출액에서 이들 4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28.8%(2013~2019년 기준)를 차지했다.

4개사는 물량과 함께 '식재료비 마진보장, 위탁 수수료로 인건비의 15% 추가 지급, 물가·임금인상률 자동 반영' 등의 조항을 계약에 넣어 웰스토리가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웰스토리(당시 삼성에버랜드)는 최 전 실장의 지시로 2013년 1월 '전자급식개선TF'를 구성해 식재료비 마진 보장 등 계약구조 변경안을 만들고 그 해 2월 계약구조 변경안을 확정한 미전실은 4월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에 '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에 대해 가격을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공정위는 미전실이 계열사 구내식당의 대외 개방도 막았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13년 10월 삼성전자가 웰스토리가 아닌 다른 사업자와 구내식당 일부 물량을 계약하려 시도했으나 석달 뒤 미전실 간부가 전화로 무산시켰다.

웰스토리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의 100% 자회사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가 부당지원을 바탕으로 벌어들인 돈이 총수일가에게 유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웰스토리가 2013~2019년 4개사와 거래해 총 485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게 공정위의 조사다. 웰스토리의 영업이익은 100%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의 배당금으로 돌아갔다.

삼성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석한 일감개방 선포식에서 단체급식 일감을 개방하겠다고 선언했고 최근 공정위에 동의의결도 신청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삼성의 자진시정안이 미흡하다고 보고 동의의결을 기각, 제재 수순을 밟았다.

삼성은 곧장 법정대응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의 조치는 일방적인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전원회의 의결서를 받으면 내용을 검토해 곧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법적 절차를 통해 정상적인 거래임을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복리후생을 위한 경영활동이 부당지원으로 호도돼 유감"이라며 "삼성웰스토리가 핵심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합병 과정에 기여했다는 등 고발 결정문과 다른 내용이 (공정위 보도자료에) 언급돼 여론의 오해를 받고 향후 수사와 재판에 예단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2017년 초 해체된 삼성 미래전략실이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을 지시했다는 공정위 발표에 대해 "부당지원 지시는 없었다"며 "당시 경영진이 언급한 것은 '최상의 식사를 제공하라', '식사 품질을 향상하라', '직원 불만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었고 회사에서도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공정위가 삼성웰스토리 관련 자진시정안을 기각했지만 이와 별개로 앞으로 자발적인 급식 개방을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잘잘못을 떠나 이번 일로 국민들과 임직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관련 제도를 더 세심하게 살펴 다시는 이런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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