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화장품 시장이 뷰티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남성들이 화장품업계 주요 고객으로 부상한 건 5~6년 전 ‘그루밍족’이라는 단어가 본격 등장하면서다. 그루밍족은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말한다.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주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그루밍족의 증가로 남성 화장품 시장은 급격히 커졌다. 그동안 여성 소비자에게만 집중했던 화장품업계는 남성 전용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남성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비레디’를 출시했다. 대형 화장품 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남성 전문 색조 화장품을 내놨다. 비레디는 최근 ‘남성 메이크업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색상을 소량 첨가해 자연스럽게 입술의 혈색을 살려주는 ‘틴티드 쿨링 립밤’이 대표 인기 제품이다. 립밤 표면은 검은색에 가깝지만 입술에 바르면 옅은 핑크 색상이 된다. 자연스럽게 착색되는 틴트 효과가 있어 입술 본연의 생기를 살려준다는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색조 화장품 사용을 부담스러워하는 남성들을 위해 표면을 검은색으로 만들고 연한 색을 넣은 게 특징”이라며 “가운데에만 색을 넣어 색상의 강도를 조절하는 남성 전용 립밤도 있다”고 말했다.
비레디는 젊은 층이 익숙한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온라인 채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6%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CNP’도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루밍족을 위한 화장품을 선보였다. ‘옴므 랩 올인원 플루이드’는 남성 피부 고민의 주요 원인인 피부 열감을 낮추고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LG생활건강의 럭셔리 브랜드 ‘숨37° 디어 옴므 퍼펙트 올인원 세럼 블루 에디션’은 토너, 에멀전, 세럼을 하나로 결합한 올인원 제품으로 간편할 뿐만 아니라 끈적임 없는 제형으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남성들이 성별에 상관없이 사용하는 더마코스메틱, 마스크팩 등 ‘젠더리스’ 제품 트렌드도 확산하고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본인의 피부나 필요에 맞게 기능별, 목적별로 화장품을 구매하는 남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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