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찾은 서울 천호동 시장이반찬협동조합. 조합원 네 명이 도시락 반찬이 담긴 보온 상자를 옮기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고분다리전통시장에서 떡집, 반찬가게 등을 운영하는 상인이다. 하루 두 시간 정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도시락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배송하고 있다. 시장상인 네 명이 모여 도시락사업에 뛰어든 건 지난해 11월. 십시일반으로 모은 시설 자금 3000만원으로 시장 한쪽에 소규모 도시락 조리공장을 열었다. 생산품의 약 60%는 60~80대 노인 가정에 배달하고 있다. 지역 공공기관과 연계해 독거노인 등 돌봄서비스 지원 가정에 정기적으로 상품을 공급한 게 사업을 빠르게 안정시킨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이헌영 시장이반찬조합장은 “고객 맞춤형 반찬 구성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덕분에 월매출이 700만~80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독경제에 대한 소상공인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벌인 소상공인 구독경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67%는 ‘구독경제에 대해 상당히 인식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지원하면 구독경제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소상공인도 58.8%로 절반을 웃돌았다. 필요한 지원 분야로는 자사몰(55.8%), 배송(49.2%), 판매 지원(39%), 물류(30.6%) 등을 꼽았다. 올해 3만7842개인 구독경제 정책 지원 수요는 내년엔 4만2840개로 증가할 것으로 중기부는 보고 있다.
소상공인의 주요 제품군은 구독경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품목과 비슷한 편이다. 소상공인 온라인 판매 제품 비중은 식품 38.9%, 패션·잡화 20.4%, 주거·생활필수품 11.9% 등의 순이다. 품목별 구독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식품 31.3%, 주거·생활필수품 25.1%, 패션·잡화 15% 등이다. 한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구독경제에서 소외된 소상공인은 장기적으로 신사업 기회를 잃고, 대형 온·오프라인 공급자와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구독경제를 도입할 여력도 부족한 형편이다. 소상공인 체감 경기실사지수(BSI)는 2014년 3월(102.9) 후 86개월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될 것임을, 100 미만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최근 중기부가 소상공인 구독경제 기반 구축이 어려운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비용(39%) 인력(27.4%) 고객 서비스(18.4%)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소상공인이 구독경제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중기·소상공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는 “소상공인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마련하는 등 정부가 마중물 지원을 검토할 시점”이라며 “필수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보조사업 등 민간시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업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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