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듀폰과 일본 데이진이 장악한 세계 아라미드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경북 구미의 아라미드 공장 생산능력을 기존 연 7500t에서 1만5000t으로 늘리겠다고 24일 발표했다. 2023년 9월 말 완료되는 라인 증설엔 236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추가적인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며 “아라미드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다섯 배 강하고 5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뎌 슈퍼섬유로 불린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05년 ‘헤라크론’이란 자체 브랜드로 이 시장에 진출했다. 초기엔 경쟁사들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시장 1위 듀폰이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제기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소송은 2015년 양사 간 합의로 마무리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약 3900억원을 물어주는 조건이었다. 합의금 지급은 2019년에야 끝이 났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후 대대적인 증설에 나섰다. 기존 5000t이던 연 생산능력을 지난해 7500t으로 50% 늘렸다. 하지만 듀폰(3만3000t), 데이진(2만9000t)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더 과감한 투자로 생산능력을 두 배로 키워 시장 판도를 흔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아라미드는 최근 수요가 크게 늘어 공급이 달린다. 아라미드가 사용되는 5G(5세대) 광케이블과 초고성능 프리미엄 타이어(UHP)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아라미드 생산라인은 가동률 100%, 판매율 100%를 기록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타이어에 들어가는 타이어코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아라미드를 소재로 넣은 고품질 타이어코드 판매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무게가 더 나가는 전기차의 타이어는 내구성이 중요하다. 이번 아라미드 증설 물량도 대부분 타이어코드를 겨냥한 것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라미드 사업 매출이 현재 연 2000억원대에서 증설이 끝나면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30%가량으로, 3%대에 불과한 회사 전체 이익률을 크게 웃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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