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JOH에서 건축총괄로 일하며 네스트호텔 설계를 맡았던 박상준 제이어드바이저리(JAD) 대표(사진)는 24일 건물을 구상할 당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JOH는 DL이앤씨(옛 대림산업)의 디뮤지엄, 광화문 오피스빌딩 D타워, 복합문화공간 사운즈한남까지 당시 잘나가는 건축물을 모두 설계한 공간브랜딩 사무소다. 2018년 JOH가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프렌즈와 합병한 뒤 박 대표는 제이어드바이저리를 설립하며 독립했다.
그는 “호텔에 ‘내러티브(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설계 전 건축주에게 두 달의 시간을 얻었다. 어떤 호텔을 지을지 기획하기 위해서다. 팀을 나눠 전 세계 500군데가 넘는 호텔을 리서치하고 그중 몇 군데는 직접 현장 투어를 다녔다. “세계 여러 호텔과 또 제가 경험한 호텔에서 느꼈던 불편한 점을 떠올려보니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진짜 좋은 호텔은 설계자도 자고 싶은 호텔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그가 찾아낸 내러티브의 핵심 콘셉트는 ‘따뜻한 호텔’이었다. 나만 아는 은신처 같은 아늑한 호텔에서 남몰래 2박3일 조용히 쉬다 가는 모습을 떠올렸다. 방향이 정해지니 건축설계는 물론 인테리어와 각종 소품, 운영 방식까지 일관된 관점에서 줄줄이 나왔다. 건축주는 반대했지만 일반 호텔에선 찾을 수 없는 객실 내 벙커 공간은 물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쓸 수 있는 삼각형 모양의 와이드 욕조, 계단식 레스토랑까지 과감히 넣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콘셉트에 대한 박 대표의 확신 때문이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호텔과 오피스텔의 구조는 똑같다”고 설명했다.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공간을 경험하게 해줄 수 있는 디테일이라고 했다. 층마다 복도 카펫을 전부 다른 패턴으로 넣었다. 복도 벽을 평평한 일자가 아니라 지그재그 형태로 만들어 객실별 보안은 물론 보는 재미까지 줬다. “건축 측면에서 보면 둘 다 같은 복도식 통로예요. 그런데도 호텔을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공용공간인 이 복도에 돈을 썼다는 점 때문이죠. 호텔은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복도를 지나 내 방까지 가는 경험이 너무나 중요해요. 내 방에 들어가는 모든 경험까지 돈을 주고 사는 거니까요.”
그는 네스트호텔의 브랜드 리뉴얼을 준비 중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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