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세상] 스펙 가려도 SKY 안 줄었다…퇴사자만 늘린 '블라인드 채용'

입력 2021-06-28 09:01  

공공기관이 학력, 성별, 연령 등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지만 별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신입사원 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여성 채용 비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퇴사하는 비율이 높아져 인사담당자의 일만 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진단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21일 내놓은 ‘공공기관 채용정책에 대한 연구: 블라인드 채용제도의 도입효과 분석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담겨 있다.

조세연은 정부가 2017년 발표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강제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공공기관 중 정보 제공에 동의한 24곳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24개 기관의 제도 도입 전후를 비교 분석하고, 이들 기관과 같은 해 블라인드 채용 도입 예외를 인정받은 공공기관을 수평 비교했다. 그 결과 블라인드 채용 방식 도입으로 신입사원 개인의 특성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24개 기관의 SKY 출신 비율은 2017년 8.5% 수준으로 파악됐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 직전인 2016년 10.0%보다는 낮아졌지만 2013년 6.0%, 2015년 7.8%보다는 높았다.

면접조사에 응한 A기관 채용담당자는 “블라인드 채용으로 지원자의 능력을 판별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필기시험 문제 난도를 더욱 높이게 됐다”며 “그 결과 일부 기관에서는 SKY 출신 합격자 비율이 높아지고 고졸 출신이 배제되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극명한 변화가 나타난 항목도 있다. 1년 이내 퇴사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 제도가 1년 이내 퇴사자 비중을 4%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계산됐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입사자와 공공기관 간 인력 미스매치가 발생한 결과로 풀이된다.

강진규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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