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빈과일보가 지난 24일 결국 폐간했습니다.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빈과일보는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 발효 이후 중국의 표적이 된 매체입니다. 빈과일보 사주는 징역형을 받았고, 회사는 경찰 압수수색을 당했으며, 신문사 논설위원은 체포됐습니다. 빈과일보는 중국 정부의 압박에 굴하는 대신 폐간을 선택했습니다.
한국의 언론은 빈과일보를 '반중(反中) 매체'라고 표현했지만, CNN·가디언 등 주요 해외 언론은 '친 민주주의(pro-democracy) 매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빈과일보 폐간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의 억압 강화가 빈과일보의 폐간 수준까지 이르렀다"며 "홍콩과 전 세계 언론 자유에 슬픈 날"이라고 직접 성명을 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립적 언론은 견고하고 번영하는 사회에 귀중한 역할을 수행한다"며 "보도는 범죄가 아니다"라고도 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한국에서는 관련한 논평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청와대는 물론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빈과일보 폐간을 규탄하는 성명이 나오지 않은 것은 씁쓸한 일입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언론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포털 뉴스 편집권 폐지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권력이 주체가 돼 '언론 개혁'이라는 명분을 공개적으로 내세우면서 언론을 규제하려는 민주주의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겁니다. 이런 여당에 빈과일보 폐간 규탄 성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일입니다.
CNN은 빈과일보 폐간으로 홍콩 사회의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를 우려했습니다. 칠링 이펙트는 권력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소송이 남발하거나 내·외부의 압력 등으로 언론 보도가 위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빈과일보의 고문인 마크 사이먼은 CNN에 "자유로운 언론이 없는 한 자유로운 사회도 누릴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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