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원 변호사 "소액주주운동 '대주주 소송'까지 대비해야"[인터뷰]

입력 2021-06-26 08:01   수정 2021-06-26 18:40

지난해 주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동학개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변곡점 삼아 '동학개미' 군단이 주식시장에 대거 입성했다. 저가매수에 대거 들어온 개인투자자들이지만 여전히 주식을 단기투자 관점에서만 보는 이들이 많다. 회사의 성장성이나 자금조달 계획, 주주총회 안건 등은 그들의 큰 관심사가 아니다.

주가가 오를 때에는 이러한 무관심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판 등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에는 소액주주들이 이에 따른 책임을 함께 짊어진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모두 상장사의 주인(주주)이기 때문이다. 한 주라도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의결사항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국민들이 투표권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곳곳에서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이 일고 있다. 경영진의 경영 판단에 목소리를 내고 관철시키는 등 주주권리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주들은 경영진들이 불필요한 낭비는 없는지 견제하기도 한다.

문제는 소액주주들의 결집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액주주연대 결성부터 의결권 위임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액주주들이 법률적이라도 제대로 사측 경영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소액주주운동 지원센터'를 개설한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대표 변호사를 만나 '소액주주 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 뭐부터 해야할까
'소액주주들을 지원하게 된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병원 변호사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정 변호사는 "상장사 경영진들의 적법·투명·공정 경영이 담보되지 않는 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계속될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출신 변호사다.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2002년부터 검사로 재직했다. 사법시험에 도전하기 전에는 CJ선물 해외금융선물거래팀에서 근무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변호사로서 소액주주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검사시절을 회상하면서 "대주주나 경영진이 온갖 불법과 비리를 저질러도 소액주주들이 그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알게 되더라도 관리·통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며 "법을 잘 몰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되는 경우를 많이 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률적으로라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하는 열망에서 소액주주운동 지원센터를 개설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소액주주들이 사측 경영진과 분쟁을 벌일 때 사측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유연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소액주주들이 조직을 결성할 때 적극적이고 포용력이 있는 운영진을 선출하는 것이 소액주주운동의 첫 관문이라고 설명했다.소액주주연대를 결성한 뒤에는 회사의 정관을 비롯해 법률, 당국의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기존 임원의 임기, 선임 가능 잔여 임원수, 의결 정족수 등도 잘 파악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주제안 절차와 시한, 상장폐지요건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사측 대응에 따라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변호사는 "소액주주들의 조직형태는 통상 주식회사 설립, 민법상 조합 결성, 주주 간 계약, 단순 연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만약 경영진이 위법행위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형사고소부터 할 경우 자칫 상장폐지가 될 수도 있다. 여러 변수들을 미리 예측하여 대안을 세워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소액주주운동은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거나 경영을 감시할 경영진(이사·감사)을 선임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소액주주들이 대주주와의 협상 내지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정 변호사는 "대주주나 현 경영진과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결국 소송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사전에 전반적인 전략과 계획을 수립해 상황에 따라 각 단계별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안건상정가처분, 주주명부열람등사가처분, 임시주총소집청구, 검사인선임청구, 이사 등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형사고소 등 많은 민·형사 소송을 적절히 선택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울어진 운동장?…주주명부 실질화 도입 '중요'
정 변호사는 소액주주들이 대주주의 부실 경영에 맞서 싸우기에는 "이미 운동장이 많이 기울어져 있다"고 말한다. 사측이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의결권 수거업체를 고용할 경우 소액주주들만의 힘으로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집중투표제 의무화 △외부 주총관리기구 도입 △주주명부 실질화 및 제공 의무화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의 제도가 도입되거나 활성화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주명부 실질화 및 제공 의무화'는 그가 강조하는 포인트다. 정 변호사는 "현재 주주명부는 애초 주주들이 증권계좌 개설시 등록한 주소가 그대로 기재된 경우가 많아서 주소가 바뀌어도 반영이 제대로 안 되는 실정"이라며 "연락처와 이메일은 기재되어 있지 않기에 소액주주들이 주주명부를 열람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다른 주주들에게 소액주주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연락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회사나 예탁결제원에서 최소 1년에 한번은 주소를 보정하면 소액주주운동이 활성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기재할 수 있다면 더욱 편리하고 저렴한 비용으로도 소액주주운동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이 소수주주권(少數株主權 ; 소액주주에게 부여하는 권리)의 일환으로 회사에 주주명부열람등사를 요청해도 대부분 제공을 거절하다보니 불가피하게 가처분신청을 하게 된다"며 "제공 거부시 형사처벌을 하게 하거나, 예탁결제원에서 받을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소액주주들도 적극적인 참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소액주주들의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정 변호사는 사측 경영진과 분쟁을 벌이다보면 기본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대부분의 소액주주들은 1만~2만원 내는 것도 아까워하거나 귀찮아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소액주주들이 소 제기에 필요한 위임장을 수거하거나 주총에서의 의결권을 위임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중간에 주식을 처분해 이탈하는 소액주주들이 많아 의결권을 결집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만약 소액주주가 자신의 법적 권리를 제대로 행사해 이길 경우 그 권리와 이익은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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