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정치적으로 노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것을 막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취임 첫 방문지로 광주를 택하는 등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경남 김해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사저에 들러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해 비공개로 대화했다. 이 대표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봉하마을에 와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정당 간 대립으로 예를 다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전직 대통령에 대해선 과도한 정치 공세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는 “권 여사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폄훼 등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며 “혹시 선거가 임박해서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할 경우 대표로서 제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보는 이 대표의 정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평소 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험지인 부산 지역에서 수차례 출마한 것을 두고 “아름다운 도전”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장인의 좌익 활동 전력에 대해 “그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라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연설을 “감동 명언 세 가지 중 하나”라고 꼽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이날 행보가 중도 확장을 노린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광주 방문 당시에도 “5·18 민주화 운동 등에 대해 우리 당이 광주 시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보수당 대표가 취임 첫날 광주를 방문한 첫 사례였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한 이 대표의 최근 행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당 밖의 야권 대선주자들을 국민의힘 내부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친(親)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해 “탈원전 및 국토 파괴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공세를 폈다. 그는 “운동권 재생사업으로 전락한 엉터리 신재생에너지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 책임자를 찾아내겠다”며 “결과에 따라 형사고발, 국정조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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