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올해 초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해 은행권에 ‘배당 축소’를 권고했다.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총배당금)을 20% 이내로 낮추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배당을 줄여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라’는 취지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지난 3월 주총에서 배당성향을 전년도 26% 수준에서 20% 정도로 축소했다.
금융위는 이번에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가속화하면서 세계적으로 경기 전망이 개선됐다고 판단하고 배당 축소 조치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은행 8곳과 금융지주 8곳이 ‘악화·심각’ 상태의 장기 경제 침체 시나리오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한 것도 조치를 완화한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위는 “주요 기관에서 한국과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는 등 자본관리 권고 실시 당시와 비교해 실물경제 상황이 개선됐다”며 “국내 은행과 금융지주 역시 코로나19 이후 실물 경제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하면서도 양호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번에 ‘평년 수준의 배당성향을 참고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평년 수준이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의 배당성향(26.2%)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상황을 더 지켜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관건은 주주에게 지난해 덜 준 배당액을 보전해 줄 수 있을지 여부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1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중간 배당을 포함해 적극적인 배당 전략을 펴겠다”고 주주에게 약속했고,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배당성향 30%’를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당장 금융위의 단서 조항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거둬 주주 기대가 커졌음에도 당국의 권고를 어기면서까지 배당성향을 높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대훈/이호기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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