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마사회노조에 따르면 김 회장 측은 폭언 피해를 호소한 인사처장과 인사담당 부장을 타부서로 발령냈다. 이 간부들은 측근 채용 과정에서 폭언을 들었던 인물이다. 이중 인사처장은 해외사업처장으로 보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사업처는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모든 사업이 올스톱된 부서다. 해당 간부들은 “권익위와 농식품부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까지 하고, 타 부서 전보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음에도 전보 조치를 감행한 것은 전형적인 2차 가해”라고 호소했다.
김 회장은 앞서 자신의 측근을 비서실장으로 채용하려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를 들어 이에 반대하는 인사담당 간부와 부회장 등에게 폭언을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사건을 담당한 경기남부경찰청은 강요미수 등 기소 의견으로 김 회장을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이번 인사 대상이 된 사람들 모두가 해당 사건의 당사자다.
김 회장은 작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마사회가 최하 등급인 '아주미흡(E등급)'을 받은 것을 근거로 인적쇄신을 요구하며 이같은 인사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김 회장은 24일 오전 마사회 실처장 등을 회의실로 불러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기관경영평가 E등급, 온라인발매 등 현안 미해결, 후진적 조직문화에 기인한 마사회 경영위기를 언급하며, 혁신 수준을 뛰어넘는 인적 쇄신을 통해 임원진과 간부들에게 책임을 묻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이날 오후 내부 게시판에 “인사담당 간부(처장, 부장) 보임 발령을 금일 18시까지 결재 상신”하라는 회장 지시가 게시됐다. 사건 피의자 신분인 회장의 지시에 인사담당 간부가 반대 의견을 전하자, 김 회장은 26일 인사담당 간부를 과천 본사의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했다. 측근의 비서실장 채용을 반대한 마사회 부회장의 보직을 해임하는 등 임원 인사까지 단행했다.
노조는 이같은 김 회장의 인사권 행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기복 마사회 노조위원장은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농식품부에서 '2차가해 우려가 있으니 인사조치를 하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했음에도 주말에 기습적으로 인사조치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적 쇄신을 빌미로 조직에 혼란과 균열을 일으켜 본인 구명에 활용하는 김우남 같은 정치인은 영구 퇴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김 회장의 즉각적인 직무정지를 농식품부에 재차 요구했다. 사정기관 조사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과 농식품부 감사 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직무정지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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