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찬바람 통해 ‘자연냉방’…탄소 16.5만 톤 줄인 데이터센터

입력 2021-07-12 06:01   수정 2021-07-20 13:50

[한경ESG] ESG NOW



인터넷데이터센터(IDC)는 각 분야 기업이 빌려쓰는 초대형 전산실이다. 정보기술(IT) 서비스에 필요한 온갖 데이터를 저장하고 하루 24시간 내내 서버를 운영한다. 이 때문에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전력 사용량이 높다. 각종 장비가 뿜어내는 열기를 식히는 냉방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량도 많다. IT 분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서 IDC가 최대 화두인 이유다.

LG유플러스가 경기도 안양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평촌메가센터 IDC’는 국내 데이터센터 ESG의 기준 격으로 꼽힌다. 서버 54만 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에서 친환경과 고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연간 단위(기가와트시)당 에너지 사용량을 일반 IDC 대비 22% 절감했다. 연간 탄소배출량도 16만5000여 톤 적다.

바람길 활용해 여름 100일만 냉방 가동

평촌메가센터 IDC는 건물의 입지 선택과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을 고려했다. 평촌은 관악산, 청계산, 백운산 등이 가까워 서울 도심보다 평균기온이 1~2도가량 낮다. 지형상 관악산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는 곳이라 외부 기류로 냉방을 하기도 좋다.

건물은 바깥의 찬 공기가 안으로 쉽게 유입될 수 있도록 바람길(풍로)을 여럿 냈다. 건물이 마치 숨을 쉬듯 찬 공기를 들여오고 따뜻한 공기는 내보낼 수 있게 공기 순환 구조를 설계했다. 밖에서 불어온 바람은 건물 양 옆에 설치된 창을 통해 필터를 거쳐 안으로 들어온다. 서버를 쌓아두는 랙 아래엔 냉기가 흐르도록 마루를 뒀다. 외부에서 들어온 바람이 위로 올라가면서 열을 식혀준다. 건물 안에서 생긴 뜨거운 공기는 건물 중앙에 조성한 터널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간다. 서버를 두는 전산실은 두 건물에 나눠 조성하고, 두 건물 사이에 깊이 70m 바람길을 내 자연냉방의 효율을 높였다.

이 같은 구조 덕분에 LG유플러스 평촌메가센터 IDC는 1년 중 265일가량은 별도의 냉방을 가동하지 않고도 섭씨 24도 이하 기온을 유지한다. 평소엔 외부 찬바람을 이용하고, 여름 약 100일간만 에어콘 등을 통해 냉방하는 식이다.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내기 위해 각종 자체 기술도 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IDC의 공조 제어 정확성을 높이는 빌트업(건물일체형) 공기조화장치, 냉각센터 제어 기술을 향상시키는 공기조화 시스템 등에 대해 기술 특허를 갖고 있다. 각 서버에서 나오는 열에 비례해 냉방을 제어한다. 건물의 특정 부분에 있는 서버 장비가 과열되는 일을 막고, 에너지도 절약한다는 설명이다.

빙축열 시스템으로 냉방 전력 부하도 줄였다. 심야 시간 잉여 전력을 활용해 얼음을 얼려 빙축열조에 저장하고, 이를 낮 동안 건물 냉방에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전산동 냉방 부하의 약 30%를 빙축열 시스템으로 충당할 수 있게 설계했다. 이를 통하면 IDC 건물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에너지 소비도 보다 효율화할 수 있다. 화력, 원자력 등 대부분 발전은 24시간 가동된다. 그러나 전기는 저장할 수가 없기 때문에 특정 시간에 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경우 남은 전기는 그대로 버려지게 된다. 빙축열 시스템을 이용하면 전기 수요를 분산해 밤 동안 잉여 전력을 줄이고, 낮의 전력 소비도 아낄 수 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평촌2센터 착공

IDC는 고밀도·고집적 시설이라 전기 사용량이 많다. 하지만 개별 기업이 IDC를 쓰지 않고 저마다 전산실을 돌렸을 때 쓰는 전기량의 총합에 비하면 훨씬 적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전산실을 운영할 때 전력사용효율(PUE)은 2.0 수준이다. 반면 평촌메가센터 IDC PUE는 1.4다. PUE는 1에 가까울수록 전력 효율이 좋다는 의미다. 각 기업들이 탄소배출량 등 ESG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체 전산실 대신 IDC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전문 설비를 통해 안정적으로 고품질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크다. 평촌메가센터 IDC는 모든 전원 공급을 이중화해 한쪽에서 문제가 생겨도 계속 서버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하엔 한국전력 변전소와 같은 규모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변전소도 마련돼 있다. 건물 1층 높이는 지난 50여 년간 평촌에서 발생한 수해 시 최대 물높이보다 2.5m 높다. 일대에 비가 많이 와도 장비가 침수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설계 덕분에 데이터센터 안정성 평가 인증기관인 미국 업타임으로부터 ‘티어3’ 인증을 받았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중단 없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다.

LG유플러스는 6월엔 신규 IDC인 평촌2센터 착공에 돌입했다. 서버 약 10만 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평촌메가센터와 300m 거리에 들어서는 IDC다. 2023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다. 신기술 등을 여럿 적용해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여느 IDC 대비로는 약 26%, 평촌메가센터 대비로는 5.6% 줄일 계획이다. 탄소배출량은 연간 6만5000 톤가량 감축하는 게 목표다. 소나무 약 9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평촌2센터는 평촌메가센터처럼 바람길 등을 통한 외기 냉방 시스템을 적용한다. 서버에 직접 냉기를 공급하는 새로운 공조 시스템을 들일 계획이다. 특정 지점만 온도가 높아지는 ‘핫스폿’을 줄여 서버실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신·재생에너지 사용도 늘린다. 사무동은 지열을 활용해 냉·난방을 한다. 태양광 설비와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전력 사용량의 약 0.4%를 조달할 예정이다.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냉방·가습 물 사용량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도 들인다. 빗물은 조경이나 청소 등 잡용수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신규 IDC도 설계 초기 단계부터 에너지 사용량 절감,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친환경 요소 적용 등을 고려했다”며 “20년 이상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IDC 분야 ESG 활동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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