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CEO가 엔지니어·홍보팀·디자이너인 '테슬라' [김재후의 실리콘밸리101]

입력 2021-06-30 10:00   수정 2021-06-30 10:10



안녕하세요.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실리콘밸리 특파원입니다. 지난주 뉴스레터(테슬라 이야기上)에 이어 오늘은 下편을 준비했습니다. 한국의 '서학개미'들도 많이 투자하고 있는 테슬라에 대해 뉴스에 안 나오는 이야기, 여기서 보고 듣는 내용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아쉬운 말씀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제가 쓰는 <실리콘밸리101> 뉴스레터와 인터넷 기사는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혹여 아쉬워하실 분도 있다면, 그러실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현재 삼성전자 등을 출입하고 있는 황정수 신임 특파원이 더 좋은 이야기들을 준비해 [실리콘밸리101-시즌2]로 조만간 독자들을 찾아 뵐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늘 그렇듯이 혹시나 뉴스레터에서 언급되는 실리콘밸리의 관계자들은 모두 익명임을 다시 알려드립니다. 여기선 개별 인터뷰가 금지돼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인데 홍보팀이 없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실리콘밸리101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지금 6000억달러(약 680조원) 정도 합니다. 삼성전자의 시총이 540조원 정도이니 삼성전자보다 큽니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그렇지만, 지난해 한국의 수출총액(5100억달러)보다 많기도 합니다. 테슬라의 직원 수도 7만명이 넘습니다. 이렇게 큰 회사인데, 다른 큰 회사들과 달리 없는 부서가 있습니다. 홍보팀입니다. 글로벌 회사이자, 세계 최초로 전기차만 제조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회사에 홍보팀이 없단 얘깁니다. 유럽과 아시아 사무실엔 홍보 담당자가 있긴 한데, 미국 본사는 지난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홍보팀을 해체했습니다. 기존 홍보팀 근무자들은 모두 퇴사하거나 다른 부서로 전보됐습니다.

홍보팀은 회사의 홍보만 하는 건 아닙니다. 알게 모르게 뒤에 숨어서 회사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중장기 측면에서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중요한 일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 광고 전략과 광고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럼 회사 홍보와 대내외 리스크 관리는 누가 하느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일단 테슬라는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 다른 국가에 진출하기 위해 각국에서 티저 형식의 광고를 만들기도 하나, 미국에선 티비나 유튜브 등에서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광고전문잡지 'AD Age'에 따르면 미국에서 테슬라 1대당 광고 비용은 0원이었습니다. 도요타가 353달러, 포르쉐 283달러, 링컨은 2719달러 등을 집행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울 만한 일입니다. 테슬라가 광고를 하지 않는 건 적은 비용으로 미디어에 노출시키는 전략을 쓰는 것도 있지만, '살 사람에게만 마케팅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전기차만 처음으로 양산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이런 전략은 더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평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비결이 있습니다. 회사나 전기차의 홍보, 광고를 한 사람이 도맡아 하기 때문입니다. 일론 머스크 CEO가 주인공입니다. 머스크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와 IR 행사 등에 직접 나오는 것으로 회사의 홍보와 광고를 모두 갈음하고 있습니다. 그의 잦은 기행과 발언은 팬들을 만들어냈고, 그 팬의 힘으로 머스크는 움직입니다.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현재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5760만명을 넘습니다. 한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수입니다. 머스크는 이를 발판으로 회사 매출과 목표, 비전, 차세대 모델과 기술 전략 등을 트위터 등에 올려 이슈화시키고 있습니다.

테슬라에선 대외 발언 기회는 그래서 다른 임직원들에겐 전혀 주어지지 않습니다. 회사 내 모든 직원은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할 수 없습니다. 회사 내부 사정을 밖으로 노출시키는 것도 금지돼 있습니다. 오로지 머스크만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테슬라의 리스크 관리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홍보실에서 대외 악재 등을 관리해야 하는데, 그런 악재가 생겨도 관리할 부서가 없습니다. 머스크가 나서야 하는 건데, 이렇게 되면 'CEO 리스크'의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CEO 자체가 리스크가 되는 상황도 자주 벌어집니다. 실제로 최근 머스크 CEO의 가상화폐에 대한 발언들이 문제가 됐습니다. 팬도 많지만 안티팬도 많이 생겨, 최근엔 안티머스크 코인들도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런 CEO리스크가 발생해도 회사 내에서 머스크를 말릴 위치의 인사가 없습니다. 지금은 기술을 주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테슬라지만, 자칫 사소한 이슈로 삐걱거리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테슬라의 상황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단독 드리블'
테슬라는 밖에서 보면 거의 머스크 CEO의 '단독 드리블'로 굴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외적인 모습 말고도 업무적인 면에서도 그렇습니다. 테슬라 임직원들은 수시로 머스크로부터 단체메일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머스크가 생각나는 아이디어나 비전 등을 밤낮없이 사내 메일을 통해 전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차량 출고대수가 목표에 못 미친다든지, 차량의 모양이 더 단순해야 한다는지, 업무나 작업 환경 등의 내용을 직접 내려보냅니다. 테슬라 안팎에선 "임원회의 등을 통해 나온다기보다 머스크 CEO가 불현듯 생각나는 아이디어 등을 보내는데 그걸 바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말도 들립니다.

실제로 테슬라의 자동차보험 사업도 머스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자동차보험업에 진출한 것입니다. 테슬라 자동차보험은 테슬라 웹페이지에서 간단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보험료도 다른 보험사보다 많게는 30%가량 저렴합니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활용해 사고율 등의 자세한 수치를 확인한 결과입니다. 머스크는 자동차보험 사업을 따로 법인을 만들지 않고, 테슬라 사내에서 새로운 팀을 만들어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테슬라 판매 시 얻은 고객정보를 보험에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차량 디자인에도 머스크 CEO의 입김이 수시로 개입됩니다. 다른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CEO들과 달리 수시로 디자인을 점검하고 의견을 내 반드시 반영시킨다고 합니다. 전 테슬라 직원은 "머스크는 디자인을 극도로 단순화시키는 걸 추구한다"면서 "예컨대 차량 외부는 곡선에 거리낌이 없어야 하고, 내부도 각종 장비나 조작버튼을 없애고 일체화시키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지시한다"고 했습니다. 디자인이 극도로 단순화하게 되면, 보기는 좋을 수 있으나 각종 장비나 부품들이 다른 곳으로 숨어들어야 하는데 이게 어려운 작업이라고 합니다.
협력사는 "싸고 빠른 곳"
테슬라의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들은 모두 비밀 유지 계약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테슬라가 차량 제조에 어떤 회사들이 관여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습니다. 다만 전기차와 전혀 다른 업종의 한 CEO는 최근 자사 제품의 부품을 공급받기 위해 한 소기업을 찾았다가 그 회사가 테슬라에도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고 합니다. 이 CEO는 "정말 조그만 부품이어서 미국의 작은 회사를 찾았는데, 그 회사가 테슬라에도 공급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면서 "테슬라 같이 큰 회사가 이런 작은 규모의 회사와 직거래를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고 했습니다. 이 CEO는 해당 업체에 대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작은 회사"라고만 언급했습니다. 테슬라가 이 소기업을 택한 이유는 부품을 싸고, 빠르게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테슬라의 특성들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회사나 스타트업과는 많이 다릅니다. 보통 실리콘밸리 회사를 떠올리면, ①근무가 자유롭고 ②멋진 무료 식당을 갖고 있으며 ③야근이 없고 ④수평적인 조직 문화이면서 ⑤의사결정이 탑다운 방식이 아닌 것들을 떠올립니다. 구글이 그렇고, 애플이 이와 비슷하며, 넷플릭스나 페이스북 우버 등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테슬라는 이런 특성과 오히려 반대됩니다. 그런 이유를 테슬라의 본질적인 업태가 제조업이란 점에서 찾는 설명들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 대표는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전기차로 혁신을 이뤄낸 테크기업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 본업은 목표 차량 출고대수가 중요한 제조업"이라며 "제조업을 업태로 하는 회사의 분위기는 소프트웨어가 제품의 전부인 실리콘밸리의 다른 테크기업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제조업은 일사불란하고 CEO의 마인드가 곧 비전이며 목표에 따라 전체가 야근도 할 수 있다"면서 "실리콘밸리에 본사와 공장이 있는 제조회사라고 이해하는 게 빠르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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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독자님들, 오늘도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뉴스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임 특파원인 황정수 기자가 이곳으로 건너와 자리를 잡는 대로 바로 시작할 실리콘밸리101의 시즌2도 기대해주십시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 기사는 한경 뉴스레터 서비스로 가입한 이메일로 오늘 출근 전에 제공됐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면 한경 뉴스레터(https://plus.hankyung.com/apps/newsletter.list)에서 이메일 주소만 넣어주시면 됩니다.

실리콘밸리=김재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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