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투혼에 대 역전극까지 만들어낸 장하나

입력 2021-06-27 15:09   수정 2021-06-28 14:38


역시 장하나(29)였다. 커트탈락의 위기를 겪었던 그가 마지막날에만 9타를 줄이며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는 모른다’는 골프계의 격언을 직접 증명해냈다.

27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661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최종 4라운드에 나선 그의 양 발목에는 테이프가 칭칭 감겨있었다. 그래도 특유의 칼날같은 샷이 불을 뿜으면서 리더보드를 뒤흔들었다. 이븐파로 4라운드에 올라온 그는 단숨에 9개의 버디를 몰아치며 9언더파 279타로 오후 3시 기준 공동3위로 마쳤다. 김민선(26)과 타이로 코스레코드까지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변에서는 몇번이나 ‘강행은 무리’라는 얘기가 나왔다. 체력적 한계에 부딪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부터 위경련에 시달렸고 입 안이 다 헐어 식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날도 적지 않았다. 직전 대회였던 한국여자오픈에서도 체력적 한계에 부딪친 모습이 역력했다. 그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로 올해 최악의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엔 첫날부터 컨디션이 심상치 않았다. 라운드 내내 절뚝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지난 4월 올 시즌 첫 메이저였던 KLPGA챔피언십을 중도포기하게 했던 발목부상이 다시 한번 그를 괴롭혔다. 매주 대회를 치르는 강행군이 이어진데다 최근 4개 대회 연속 가파른 산악지형 코스를 소화해낸 탓이다.

장하나답지 않은 플레이도 이어졌다. 첫날에는 보기 4개에 더블보기까지 내며 2오버파를 기록했다. 2라운드에서도 타수를 줄이지 못해 턱걸이로 커트 통과에 성공했다. 그는 “1, 2라운드때에는 발목이 너무 아파서 기권을 여러번 고민했다. 남은 라운드를 치를 자신이 없었다”며 “여기에 후원사 대회라는 부담감에 더 경기가 풀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장하나는 4라운드 모두 완주해냈다. 밤마다 한시간씩 마사지로 종아리를 풀고 찜질로 발목을 달래가며 다음 라운드에 섰다.

결국 그는 대 역전극에 코스 레코드까지 만들어냈다. 4라운드를 10번홀(파5)에서 시작한 장하나는 첫홀부터 버디를 잡으며 포문을 열었다. 특히 18번홀(파5)부터 3번홀(파5)까지 내리 4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절정의 샷감을 선보였다. 마지막 9번홀(파4)에서 세컨샷이 홀 7m거리까지 붙었고 버디퍼트를 잡아내면서 9언더파로 최종라운드를 마쳤다.

장하나는 “‘어차피 꼴찌인데 잃을게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편하게 핀만 보고 쳤는데 홀 안으로 쏙쏙 잘 들어가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이번 시즌에 오버파로 끝낸 대회는 없었다. 그래서 ‘언더파로만 끝내자’며 편하게 마음먹었다”며 “오늘 퍼트 거리감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가장 부담스러운 경기를 좋은 결과로 마친 장하나의 표정은 홀가분해보였다. 그는 “시즌 1승을 거뒀고 ‘가족 대회’도 만족스럽게 끝냈다”며 “남은 시즌을 즐기며 최선을 다하겠다. 우승도 더 추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포천힐스CC=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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