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체중 감량으로 불거진 '건강이상설'을 북한 주민의 입을 빌려 '애민주의'로 돌리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5일 자로 보도된 '국무위원회연주단 공연을 보고-가계의 반향'에서 한 북한 주민이 "경애하는 (김정은) 총비서 동지께서 수척하신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며 "모든 사람이 눈물에 젖어 나온다"고 말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22일 방영된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이 어땠냐고 묻는 말에 답한 것. 북한 주민이 공개적으로 김정은의 외모, 건강 상태 등을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인 만큼 당 차원에서 김정은의 체중 감량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면서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은 170cm의 키에 140kg에 달하는 거구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포착된 김정은 위원장은 이전보다 날렵해진 턱선과 눈에 띄게 가늘어진 팔뚝으로 관심을 끌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7일 군인가족 예술소조원과 기념촬영을 한 뒤 한 달 가까이 공개 활동을 하지 않다가 이달 4일 당 정치국 회의를 시작으로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전원회의 등을 잇달아 개최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개적인 일정에 나오지 않았던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체중을 감량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체중을 감량한 이유를 놓고 의견도 분분했다. 일각에서는 건강 문제로 수술을 하면서 체중이 감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통일부는 내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할 동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체중을 감량하며 '애민정신'을 부각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코로나와 식량난 등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식사도 거르며 노력하고 있다는 선전 의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의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분석 및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한국 농촌진흥청의 추정에 따르면 2020년 북한의 곡물생산량은 전년 대비 5.2% 감소했다"며 "지난해에는 국경 봉쇄로 비료 등 영농물자 수입이 원활하지 못했던 데다 수해와 태풍피해까지 중첩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는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을 85만8천 톤으로 추산했고, 한국개발연구원 역시 비슷한 수치를 내놨다. 또한 북한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고, 수입이나 원조가 없으면 올해 8월부터 10월이 '혹독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 16일 공식적으로 '식량난'을 인정하면서 "농사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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