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대기업그룹 중 오너가 있는 그룹의 성장률이 오너가 없는 그룹에 비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가 있는 그룹 중에선 장자가 승계한 그룹보다 능력 있는 차남 또는 삼남이 이끈 그룹의 성장률이 더 높았다. 능력을 우선한 승계가 그룹 성장에 더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의 20년 간(2000~2020년) 자산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오너가 있는 26곳의 자산은 평균 407.6% 늘어난 반면, 오너가 없는 4곳은 자산이 26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오너 그룹 중에서는 신세계가 10년 간 자산이 1340.8%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부영(1009.5%), CJ(628.0%), 롯데(605.5%), 현대자동차(581.0%), 삼성(554.5%) 등이 뒤를 이었다. 10대 그룹으로 좁히면 롯데가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장자가 경영권을 물려받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 차이도 눈에 띈다. 30대 그룹 중 승계가 이뤄진 21곳을 기준으로 장자 승계 그룹은 자산 성장률이 평균 325.7%에 그친 반면, 차남 이하가 승계한 그룹의 평균 성장률은 572.1%로 집계됐다.
자산 규모가 100조 원이 넘는 5대 그룹 중 장자 승계 그룹은 298.4%, 차남 이하 승계 그룹은 580.3%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능력과 잠재력이 있는 자녀를 후계자로 선택했던 창업주들의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차남 신동빈 회장은 2004년 롯데지주 전신 정책본부의 본부장을 맡은 이후 40건 이상의 국내외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확대, 글로벌 진출 등 그룹 사업 확장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덕분에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대신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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