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떨어졌다
언젠가 당신을 만나게 되면
솔잎이 언제 떨어지는지 아느냐고 물어보리라
다른 사람에게는 물어보지 않고
솔잎에 대해 궁금해하면서 살아가리라
뭉게구름이 조금 움직였고
운동장 트랙과 구름이 조금 선명해졌고
개미가 지나가고 있었다
-시집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디자인이음) 中
소나무가 가장 늦게 새잎을 틔운다는 것을 초여름 산에 올라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는데 노란 바늘잎이 하나 떨어지더군요. 새것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소나무는 또 한 해를 살아갑니다. 그때 올려다본 하늘엔 뭉게구름이 떠 있고요. 산 아래에서 본 운동장의 트랙이 잘 보였습니다. 내가 앉아있던 자리의 그늘이 환했고, 또 소나기 온다고 개미 한 마리는 바삐 온 길을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백신을 맞고 무기력증을 앓던 당신의 하루가 솔잎처럼 맑아지길 바랍니다.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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