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최근 고객사들로부터 충북 음성에 있는 상우공장 파운드리 라인을 증설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회사 측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인치 파운드리 반도체는 지난해부터 시장에서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됐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수급난이 심각하다. 파운드리 가격은 이미 천정부지로 올랐다. DB하이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0.13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고급제품의 가격은 5511달러로 지난해(1500달러)보다 2.6배 뛰었다.
주문이 몰리면서 지난해부터 DB하이텍 파운드리 공장은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1분기 기준 가동률은 98.9%에 달했다. 같은 기간 생산실적은 웨이퍼 37만7244장으로 2019년 1분기보다 58% 증가했다. 올해 생산물량에 대한 수주는 이미 끝났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공장을 더 짓는 게 당연하지만 DB하이텍은 섣불리 증설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완공 시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호황기가 2023년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 라인을 지금 증설해도 3년 뒤인 2024년에야 공사가 끝난다. 설비를 안정화하고 본격 양산에 들어가는 시점에는 시장이 다운 사이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시장 안정기에는 기존 납품처에 수주 물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새 고객사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 관계가 중요한 파운드리산업 특성상 새로운 고객사를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다. 반도체 업체들은 가격을 좀 더 주더라도 믿을 만한 파운드리 업체와 계약하기 때문이다. ‘실탄’도 문제다. 파운드리 공장 하나를 짓는 데만 2조원 이상 비용이 들어 DB하이텍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DB하이텍이 내놓은 절충안은 ‘산단 분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초부터 음성 공장 부지를 산업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올해 DB하이텍의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1조607억원, 영업이익 2788억원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31% 증가한 수준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와 당장의 실적 중 어느 것을 택할지의 문제”라고 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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