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대기업은 신세계그룹과 SK그룹이다. 신세계는 SK와이번스 야구단, W컨셉, 이베이코리아 등 굵직한 딜을 따내며 ‘큰손’으로 떠올랐다.
신세계의 행보는 정용진 부회장(사진 왼쪽)의 강력한 의지가 밑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당분간 M&A 시장의 큰손 역할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 부회장은 최근 3조4000억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얼마에 샀느냐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키울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경영진에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올해 1월 SK텔레콤으로부터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하는 ‘깜짝 결정’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야구와 쇼핑을 결합한 신개념 사업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이후 3월엔 국내 2위 여성패션 플랫폼 W컨셉을 2650억원에 사들였다. 당초 매각 측은 무신사와 W컨셉 매각 논의를 하고 있었지만, 신세계의 공격적 베팅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SK는 신세계와 반대로 ‘팔자’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맞지 않거나 성과 측정이 어려우면 팔고, 지분도 ‘필요한 만큼만’ 보유하라는 취지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강조하면서부터다. SK는 올초 야구단을 신세계에 매각했고 2월엔 SK바이오팜의 지분 약 11%를 블록딜로 1조원가량에 팔았다. 또 4월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지분 40%를 IMM PE에 1조원에 매각했다. 본 사업에 큰 지장이 없다면 현금화해 신사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SK는 이 밖에 중국 거점인 베이징SK타워를 1조5000억원에 팔고 SK네트웍스의 주유소 사업을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에 넘기는 등 ‘선택과 집중’ 행보를 보였다.
SK는 몸집을 줄이는 대신 미래형 신사업에 적극 투자했다. 프랑스 유전자 및 세포 치료제 CMO(원료의약품 위탁생산 업체)인 이포스케시를 인수하며 바이오 CMO 사업에 처음 진출했다. 또 베트남의 1위 유통기업인 빈커머스에 4600억원을 투자해 16.3%의 지분을 확보했고, 전기차 충전기업체 시그넷EV를 2900억원에 인수했다.
M&A업계 관계자는 “SK와 신세계는 이제 투자회사라고 봐도 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M&A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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