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천장 뚫어도 하락에 '베팅'…364억원 '곱버스' 탔다

입력 2021-06-28 09:23   수정 2021-06-28 11:07



코스피 지수가 야금야금 오르며 3300선을 넘는 와중에서도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들가 늘고 있다. 시장은 특별한 주도주 없이 순환매 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금리인상 등과 같은 불안요인이 있다보니 증시가 꼭지라고 판단해서다.

하락에 투자하는 상품은 코스피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인버스 종류의 ETF는 기초자산의 등락을 정반대로 추종한다. 뒤에 ‘2X’가 붙은 ETF는 변동성이 2배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선물이 1% 오를 때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일명 곱버스)는 2%의 손실이 나는 식이다.

이러한 개인들의 예상되는 달리, 증권가에서는 ‘썸머(summer)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경제 정상화가 이뤄지면 기업 실적이 더 좋아진다는 논리가 제시됐다.
개인, 6월 들어 곱버스 3700억원 베팅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개인투자자들은 코덱스(KODEX)200선물인버스2X를 291억3000만원 어치 사들였다. 카카오(927억500만원), 네이버(NAVER·(594억2100만원), SK이노베이션(294억9000만원)에 이은 4위 규모다. 코덱스인버스 ETF(69억900만원)까지 합치면 개인투자자의 숏 베팅 규모는 모두 363억9900만원으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순매수 규모보다 많다.

지난 25일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300선을 돌파한 날이다. 장중에는 3316.08까지 올랐다가 3392.84로 마감됐다.

직전 거래일인 24일에도 코스피는 6거래일만에 장중과 종가를 기준으로 한 사상최고치를 각각 3292.27과 3286.10으로 다시 쓴 바 있다. 이날도 개인 투자자들은 코덱스200선물인버스2X를 1030억500만원 어치 사들였다. 카카오(5473억7000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돈을 넣었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쓸어 담은 코덱스200인버스2X와 코덱스인버스의 규모는 각각 3700억6800만원과 756억2000만원에 이른다. 둘을 합치면 삼성전자(1조1324억7500만원)와 카카오(1조181억3300만원)에 이은 3위다.
야금야금 3300 찍은 코스피…“고점 아냐?”
코스피 하락에 베팅한 개인들은 지수가 고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증시를 주도하는 산업군(섹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승세가 시원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여섯 차례 갈아치웠지만, 상승폭 자체는 크지 않다. 지난 25일의 종가 3302.84는 지난달 종가 3203.92 대비 3.09% 오르는 데 그쳤다.



야금야금 고점을 높여가는 와중이지만, 주도주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달 초에는 백신 접종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소식으로 ‘보복 소비’에 대한 기대감이 쇼핑과 여행 관련주들을 끌어 올렸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일자 진단키트를 비롯한 바이오업종이 들썩거렸다. 예상보다 매(긴축)파적으로 나온 미국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는 증시를 조정시키기도 했지만, 다시 경기회복 기대감이 주목받으며 경기민감주에 활기가 돌았다. 코스피 시가총액 3위 경쟁을 벌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몸집을 크게 불렸다.

이 와중에 투기적 거래의 모습도 포착됐다. 이달 초 한국거래소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급등락 현상에 대해 우려하며 기획감시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를 비웃듯 지난 17일 상장한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상장 첫 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로 오르고, 이후에도 3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상상상’을 나타냈다.
증권가 “기업 실적 개선 따라 증시 더 상승할 수 있어”
증권가에서는 증시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데 힘이 실린다. 경제가 정상화돼 추가적인 기업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는 가운데 백신 접종 가속화, 집단 면역 선포는 경제활동 정상화와 고용 시장 회복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라며 “이는 상반기 글로벌 경제와 산업 활동을 저해했던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의 완화로 이어지고, 하반기 제조업 경기 회복 속도와 강도에 플러스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는 와중에서도 밸류에이션 매력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주가 상승폭보다 실적 전망치 상향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이익은 연초 이후 22% 상향돼 12개월 이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증가율이 최고치”라며 “특히 선진국 경기 회복이 투자 확대 사이클까지 진입한다면 코스피 리레이팅까지 주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를 부양해준 미국 통화당국의 정책이 급격하게 전환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당국자가 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기기도, 재정 정책의 동인이 사라지기도 어렵다”며 “재고는 여전히 부족하고, 서비스업 개선은 이제 시작될 예정이나 변이 코로나19 확산 이슈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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