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 영유아 119명을 양육한 국내 최장기 위탁모 봉사자 전옥례 씨(74), 48년간 무료진료 봉사의 길을 걸어온 고영초 건국대 교수(68), 95세의 고령에도 34년 동안 서울 영등포구 무료 급식소에서 주 5일간 하루도 빼지 않고 봉사를 이어 온 정희일 할머니….
최근 LG복지재단으로부터 ‘LG 의인상’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 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에는 사회 곳곳에서 이웃과 사회를 위해 묵묵히 봉사하는 일반 시민으로 수상 범위를 확대했다. 2015년 3명, 2016년 25명, 2017년 30명, 2018년 32명, 2019년 27명, 2020년 22명, 2021년 8명을 선정하는 등 현재까지 147명의 의인을 발굴했다. 소방관(15명), 해양경찰(11명), 경찰(11명), 군인(12명) 등 ‘제복 의인’이 많았다는 게 재단 측 설명이다.
LG 의인상 첫 수상자는 고 정연승 특전사 상사다. 그는 2015년 9월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을 구하려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정 상사는 평소 장애인 시설과 양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결식 아동과 소년소녀 가장을 후원하는 등 처지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실천해온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LG복지재단은 정 상사의 유가족에게 1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이후에도 사회와 이웃을 위해 헌신하다가 사망한 영웅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2017년 9월 강원 강릉시 소재 문화재급 목조 건물인 석란정 화재 진압 중 지붕이 무너져 내려 순직한 고 이영욱 소방위와 고 이호현 소방사 등이 LG 의인상을 수상했다.
우리 주변 평범한 이웃의 의로운 행동도 LG 의인상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2016년 11월 원만규 씨는 경기 부천시 화재현장에서 본인의 크레인으로 화마 속 베란다에 갇힌 일가족 5명을 구해냈고, 지난해 12월에는 굴착기 기사 안주용 씨가 경기 화성시 방교초등학교 화재 현장에서 굴착기 버킷(바가지)으로 난간에 고립된 학생 8명을 구조했다. LG 의인상 선정 이후 이들은 ‘크레인 영웅’ ‘굴착기 영웅’으로 불렸다.
외국인 수상자도 나왔다. 2017년 2월 경북 군위군 주택 화재 현장에서 치솟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할머니를 구해낸 스리랑카 출신 근로자 니말씨가 주인공이다. LG복지재단은 니말씨가 2017년 6월 초 보건복지부 의상자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불법체류 신분이 드러나 치료와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치료비자 발급을 돕고 2000만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LG복지재단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사를 하는 일이 많지 않아서다. 수여자의 생업 현장이나 관할 경찰서에서 조용하게 표창과 상금을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수상자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 선정부터 지원까지의 과정을 1주일 내로 끝내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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