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용의 디지털세상] 메타버스 시대, 메타커머스 열린다

입력 2021-06-28 17:08   수정 2021-06-29 00:14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한국에서는 페이스북보다 2년 앞서 미니홈피를 기반으로 한 싸이월드 열풍이 불었다. 개인이 일상을 공유하며 ‘홈피’를 꾸미고, 친구들이 댓글을 남기면서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일촌’이라는 가장 친한 친구 관계를 설정하고, ‘파도타기’로 새로운 미니홈피를 발견해 친구를 맺음으로써 2008년에는 3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민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사람들은 홈피라고 부르는 가상공간의 인테리어를 바꾸는가 하면 배경음악을 깔아놓는 등 ‘도토리’를 기반으로 한 기초적 경제 생태계도 갖춰졌다. 도토리 매출만 연간 1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꽤 컸다. 그러나 2차원 평면에 해상도 낮은 홈피 안에서의 가상공간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었고,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경쟁자가 출현하면서 기억에서 잊히고 말았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지 20여 년이 지난 최근엔 3차원 실감형 가상공간을 구성해 다양한 사용자경험을 제공하고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는 서비스가 부각되고 있다. 이를 가상·추상·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메타버스’라고 부른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 이전에도 2030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가 있었는데, 코로나 탓에 현실세계와 더 거리를 둘 수밖에 없던 C(Corona)세대인 1020까지 합류하면서 관심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혹자는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인 ‘공간의 인터넷’”이라고 주장하며 평면적인 정보 전달과 연결 중심의 인터넷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3차원 세계를 열어주는 새로운 인터넷 혁명으로 메타버스를 설명하기도 한다.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요소엔 현실세계를 완전히 가상으로 구현하는 가상현실(VR), 현실세계에 가상세계의 콘텐츠를 덮어서 만드는 증강현실(AR), 이들의 융합인 확장현실(ER) 기술이 있다. 기존 인터넷상의 2차원 정보만으로는 쇼핑하는 상품이 나의 현실과 환경에 어울리는지 등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일정 규격의 공산품과 식품 외에 패션·가구·인테리어·자동차·가전제품 등은 온라인으로 구매하길 꺼렸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가구전문 업체 이케아는 메타버스 기술을 이용해 집 안에 특정 가구를 배치했을 때 어떤 느낌이 나는지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케이크 업체에서는 친구들과 메타버스의 파티 공간에서 케이크를 만들어보고, 이를 실제 주문·배달하는 온·오프라인 혼합 서비스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메타커머스’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케이블TV의 등장과 함께 홈쇼핑이 생겼고,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e커머스(전자상거래)가 생겨났다. 최근엔 유튜브가 성장하면서 비디오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고, 소셜미디어는 소셜커머스 시장을 만들어냈다. 이런 현상과 맞물려 메타버스는 3차원 공간에서 체험과 실감을 기반으로 한 메타커머스 시장을 열고 있다. 메타커머스 시장에서는 유튜브의 비디오 인플루언서와 마찬가지로 아바타를 활용한 인풀루언서도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바타인 릴 미켈라는 300만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여러 패션을 1020에게 소개하는 버츄얼 인플루언서다. 이케아 가상스토어의 임마, LG OLED 메타버스 홍보관의 김래아도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3차원적 소통과 게임의 공간을 넘어 상점을 개설하고 가상 직원을 고용해 마케팅하는 등 3차원 인터넷 공간의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은 이케아, 루이비통, 샤넬 등 대형 소매점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데 곧 소상공인도 메타버스 공간에 상점을 개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의 장점은 소자본으로도 대형 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득권이 없는 청년 세대에게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겠다. 인터넷 초기에 싸이월드를 비롯한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가 있었는데 선진국 플랫폼에 밀려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잊혔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산·학·연이 합심해 이 새로운 기회의 땅을 개척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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