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최근 10년간 라면시장에 등장한 신제품 중 치열한 경쟁 속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제품이다. 2012년 처음 나온 불닭볶음면은 출시 9년 만에 누적 판매량 30억 개를 돌파했다. 지금까지 판매된 불닭볶음면의 면 길이를 모두 합하면 약 7800만㎞. 지구와 달 사이를 101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다.
불닭볶음면도 출시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너무 매워서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악평도 적지 않았다. 업계에선 다른 신제품처럼 호기심에 몇 번 먹고 나면 외면받을 제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포기하지 않았다. “너무 맵다”는 소비자 반응에 매운맛을 중화한 ‘치즈불닭볶음면’과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새로 개발해 선보였다.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불닭볶음면을 기반으로 지난 9년간 삼양식품이 내놓은 응용 제품은 20개가 넘는다.
불닭볶음면은 이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찾는 라면이 됐다.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4100억원)의 75.6%(3100억원)가 해외에서 나왔다. “매운맛은 해외시장에서 통하기 어렵다”는 식품업계 편견에 맞서 ‘맛있는 매운맛은 통한다’는 생각으로 해외시장 문을 끊임없이 두드린 결과다. 2016년께 유튜브를 통해 매운 음식 먹기에 도전하는 콘텐츠가 유행처럼 번진 것도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에 큰 역할을 했다. 불닭볶음면의 수출 물량은 2017년 이미 국내 판매량을 넘어섰다.
불닭볶음면은 경영위기에 직면한 삼양식품의 구원투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1963년 국내에 처음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선보인 삼양식품은 1980년대 말 ‘우지파동’을 겪으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농심은 물론 후발주자인 오뚜기에도 밀려나며 3위로 주저앉았다. 2015년에는 적자를 내면서 회사가 최대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불닭볶음면의 성공으로 삼양식품은 재기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인도 매워서 못 먹는 라면이 외국에서 통하겠느냐”는 등의 편견에 굴하지 않고 도전한 결과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