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자리를 지키는 비결은 두 가지. 세계적으로도 세 개(삼다수 볼빅 피지)밖에 없는 천연 화산 암반수라는 천혜의 조건에 생수 사업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이 더해진 결과다. 제조사인 제주개발공사에는 49명으로 구성된 국내 유일의 ‘물 R&D센터’가 있다.
김 사장은 “속된 말로 계급장(라벨) 떼고도 소비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라벨을 없애는 것 외에도 생수병의 플라스틱 함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R&D센터 덕분에 내년 업계 최초로 재활용 생수 페트병을 선보일 준비도 마쳤다. 김 사장은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식품 용기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관련 법령 개정이 마무리되면 약 10만t의 플라스틱을 감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박사급 인력 17명이 포함된 물 R&D센터는 수원(水源)의 품질과 수위를 점검하고, 친환경과 관련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 라벨을 뗀 자리에 네 개의 기둥 모양 선(線)을 만든 건 연구원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뚜껑을 딴 뒤에도 삼다수 페트병 특유의 사각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내년엔 묶음 제품에만 한정돼 있는 무라벨을 편의점 등에서 파는 낱개 상품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묶음용 수축필름도 투명 바이오 물질로 개발 중이다. 김 사장은 “올해 R&D센터를 국가공인검증센터로 승격할 예정”이라며 “제주개발공사가 물 과학에 대해선 한국의 중심이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K팝 등 한류 확산에 힘입어 대만에선 에비앙 등 글로벌 생수 브랜드를 제치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대만 세븐일레븐에 삼다수를 납품하기 시작했다”며 “하루 5000병 이상 팔리며 생수 브랜드 중 1, 2위를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국 상하이에도 올해 처음 상륙했다. 28일 현재 삼다수는 27개국에 수출된다. 김 사장은 “경수(센물)인 에비앙을 즐기던 외국인들도 목넘김이 좋은 삼다수 같은 화산 암반수(연수 또는 단물)를 마시면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며 “삼다수가 글로벌 물 브랜드로 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자신했다.
삼다수의 끊임없는 변신엔 ‘공기업답지 않은’ 제주개발공사의 혁신 DNA가 자리잡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먹는 샘물에 관한 법제화가 이뤄진 이후 국내 처음으로 제주 물 상업화에 도전한 곳이 제주개발공사다. 김 사장은 “당시 공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스타트업처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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