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골목마다 거리를 향해 활짝 열린 식당이 많다. 식사 때면 사람들은 식당 주위를 빙 두른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맥주나 와인을 가볍게 마신다. 오랫동안 프랑스 예술가와 정치인에게 만남의 장이 돼온 이런 골목식당들은 ‘브래서리(brasserie)’라고 불린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유럽풍 레스토랑 ‘메르시(Merci)’는 한국의 브래서리를 꿈꾼다. 코로나19로 1년 반이 넘도록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 유럽 여행의 추억을 떠올린다. 최근 한 달 매출은 8000만~1억원 선.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30% 늘었다.
유럽식 레스토랑이 흔해진 요즘도 메르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맛있는 음식과 공간, 서비스 등 삼박자를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김준형 공동대표(사진)는 “식당의 기본은 손님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라며 “맛은 물론이고 음식에 대한 친절한 설명, 어울리는 음악과 인테리어 등 모든 것이 조화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김준형·손수연 부부가 메르시의 공동대표다. 김 대표는 메인셰프로 주방을 총괄하고, 손 대표는 마케팅을 담당한다. 김 대표는 베테랑 셰프다. 20대 초 호텔 레스토랑에서 설거지부터 하며 요리를 배웠다. 이후 15년간 양식 및 유럽풍 식당을 운영했다. 젊었을 적 유럽 여행을 다니며 경험한 새로운 음식을 한국에 들여오고 싶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땐 문화체육관광부 섭외를 받아 외국인 선수들을 위한 퓨전 메뉴를 선보였다.
낯선 유럽 음식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건 아니다. “슈바인학센을 주문한 손님들에게 30분 걸린다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발걸음을 돌렸고, 기다린 손님들도 먹으면서 새우젓이나 김치를 찾았죠. 손님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음식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며 본질을 지켰습니다.”
한국인 입맛에 맞춰 ‘현지화’도 했다. 슈바인학센은 본래 짜고 특유의 향이 강하다. 김 셰프는 고기를 삶을 때 향신료 양을 줄이고 다른 재료들을 넣는다. 손 대표는 “독일에서 슈바인학센을 접해본 손님들이 ‘독일에서 먹었을 때는 향이 강했는데 이곳에선 고기 풍미가 느껴지면서도 향이 거북하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년째 셰프들과 매달 최신 트렌드에 맞춰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새 메뉴는 ‘셰프 스페셜 메뉴’로 내놓고 반응이 좋으면 비인기 메뉴를 빼고 정식 메뉴로 넣는다. 김 셰프는 “손님의 선택이 절대적인 기준”이라며 “매주 직원들과 회의하며 손님 동향을 살핀다”고 말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한국경제신문·비씨카드 공동기획 ‘장사의 신’ 시리즈는 전국 300만 비씨카드 가맹점(프랜차이즈 제외)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100곳을 선정해 코로나 위기에도 도약한 비결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2019년 이후 지난달까지 월평균 매출(비씨카드 결제 기준)이 1000만원 이상이면서 지난해에도 매출이 증가한 업체 순으로 분석했습니다.
노유정 기자/서형교 인턴기자 yjro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