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없는 '유럽 골목식당의 맛'…코로나에도 매출 30%↑

입력 2021-06-28 17:36   수정 2021-07-12 16:55


프랑스에는 골목마다 거리를 향해 활짝 열린 식당이 많다. 식사 때면 사람들은 식당 주위를 빙 두른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맥주나 와인을 가볍게 마신다. 오랫동안 프랑스 예술가와 정치인에게 만남의 장이 돼온 이런 골목식당들은 ‘브래서리(brasserie)’라고 불린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유럽풍 레스토랑 ‘메르시(Merci)’는 한국의 브래서리를 꿈꾼다. 코로나19로 1년 반이 넘도록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 유럽 여행의 추억을 떠올린다. 최근 한 달 매출은 8000만~1억원 선.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30% 늘었다.

유럽식 레스토랑이 흔해진 요즘도 메르시가 주목받는 이유는 맛있는 음식과 공간, 서비스 등 삼박자를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김준형 공동대표(사진)는 “식당의 기본은 손님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이라며 “맛은 물론이고 음식에 대한 친절한 설명, 어울리는 음악과 인테리어 등 모든 것이 조화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요식업 15년차 호텔 출신의 경험 총집합
메르시는 ‘유럽 음식 편집숍’이다. 한 나라에 국한하지 않고 유럽 각국의 메뉴를 두루 판매한다. 대표 메뉴는 독일식 통족발 슈바인학센. 그 뒤를 잇는 인기 메뉴는 이탈리아의 돼지고기 요리 포르케타다. 프랑스 남부 요리 부야베스, 스위스 대표 음식인 감자 요리 뢰스티와 이제는 대중적인 스페인 요리 감바스도 함께 맛볼 수 있다.

김준형·손수연 부부가 메르시의 공동대표다. 김 대표는 메인셰프로 주방을 총괄하고, 손 대표는 마케팅을 담당한다. 김 대표는 베테랑 셰프다. 20대 초 호텔 레스토랑에서 설거지부터 하며 요리를 배웠다. 이후 15년간 양식 및 유럽풍 식당을 운영했다. 젊었을 적 유럽 여행을 다니며 경험한 새로운 음식을 한국에 들여오고 싶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땐 문화체육관광부 섭외를 받아 외국인 선수들을 위한 퓨전 메뉴를 선보였다.

낯선 유럽 음식이 처음부터 환영받은 건 아니다. “슈바인학센을 주문한 손님들에게 30분 걸린다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발걸음을 돌렸고, 기다린 손님들도 먹으면서 새우젓이나 김치를 찾았죠. 손님들이 익숙해질 때까지 음식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며 본질을 지켰습니다.”
“맛에 올인”…3년째 매달 신메뉴 개발
김 대표의 모토는 “맛을 위해서라면 비용과 방법을 따지지 않고 투자한다”는 것이다. 슈바인학센을 만드는 데는 30시간이 걸린다. 만 하루 동안 고기를 맥주에 담가 잡내를 없애고 육질을 부드럽게 한 뒤 6시간 동안 삶고 굽는다. 고기 잡내를 없앨 땐 비싼 생맥주를 고기가 완전히 잠기도록 아낌없이 붓는다. 고기는 제주 흑돼지만 쓴다. 김 대표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수입 고기를 쓰는 곳이 많지만 흑돼지의 쫄깃함과 풍부한 육즙은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 입맛에 맞춰 ‘현지화’도 했다. 슈바인학센은 본래 짜고 특유의 향이 강하다. 김 셰프는 고기를 삶을 때 향신료 양을 줄이고 다른 재료들을 넣는다. 손 대표는 “독일에서 슈바인학센을 접해본 손님들이 ‘독일에서 먹었을 때는 향이 강했는데 이곳에선 고기 풍미가 느껴지면서도 향이 거북하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3년째 셰프들과 매달 최신 트렌드에 맞춰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새 메뉴는 ‘셰프 스페셜 메뉴’로 내놓고 반응이 좋으면 비인기 메뉴를 빼고 정식 메뉴로 넣는다. 김 셰프는 “손님의 선택이 절대적인 기준”이라며 “매주 직원들과 회의하며 손님 동향을 살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유럽 감성 강화
메르시는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취약하다. 주위에 비슷한 음식점도 없다. 이런 약점은 코로나19 사태로 빛을 발했다. 사람들이 번화가 대신 골목 맛집에 주목했다. 메르시는 조명과 장식품, 배경음악 등에도 유럽 감성을 더했다. 손 대표는 “식당 중앙에 살바도르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melting clock)’ 소품을 배치하고, 재즈 스타일이던 음악을 샹송으로 바꿔 프랑스 파리의 저녁 느낌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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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정 기자/서형교 인턴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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