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환경 이 지경 만들어놓고 "청년 뽑아달라" 읍소하나

입력 2021-06-28 17:35   수정 2021-06-29 10:30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어제 30대 기업 CHO(최고인사·노무책임자)들과 만나 대기업의 공개채용을 더 늘려달라고 주문했다. 재정일자리 사업이 ‘단순 알바’만 양산하는 현실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할 곳은 결국 기업밖에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안 장관은 “수시채용이 중심이 되면서 취업이 어렵다고 청년들이 호소한다”고 기업을 질타하기도 했다.

고용부 장관 말처럼 국내 기업에서 ‘신입 공채’는 이미 옛일이 됐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2년 전만 해도 49.6%에 달하던 기업 공채 비율(계획 기준)이 올 상반기 30.1%로 급감했고, 수시채용은 반대로 49.9%로 급상승했다. 4대 그룹 중 정기 공채를 실시하는 곳도 삼성이 유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글로벌 초격차 경쟁 속에서 대규모 인력의 일괄 채용은 기업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대신 디지털 전문인력과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수시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고용부 장관이 “청년 고용에 정부와 기업 모두 중요 책임이 있다”고 한 것은 사실상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면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는 게 자명한데도, 거꾸로 기업을 옥죄는 조치만 늘려온 게 이 정부 아닌가. 최저임금 급등으로 자동결제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속수무책인 중소기업이 부지기수다.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입법 규제가 강화되고, 친(親)노조로 기운 ‘노조 3법’ 시행도 코앞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영자총협회 회장이 “해고자와 실업자가 노조에 가입하면 단체교섭에서 해고자 복직 등 과도한 요구가 빈번히 제기될 텐데, 정부와 국회가 노조 주장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반박한 것도 그래서다.

이러다보니 현대차 노조 같은 곳은 올해 단체교섭에서 정년연장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상반기에만 7만 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데 노조 이기주의는 변함이 없다. 여기에 범여권이 입법을 추진 중인 차별금지법에는 학력 조항까지 들어 있어 기업의 인사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기업활동에 간섭할수록 기업 비용과 고충을 키우고, 경직된 제도가 신규 채용을 기피하게 만든다. 고용부 장관은 청년 채용을 읍소하기 전에 기업 환경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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