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은 법에 임기 2년이 명시돼 있는 사법기관장이고, 감사원장은 헌법이 임기(4년)를 보장하는 헌법기관장이다. 그만큼 정치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 사정기관장들이 임기 중 사퇴하고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도 착잡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현 정권은 왜 이들이 정치에 나서게 됐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을 향해 “무능한 검사의 넋두리” “임명권자의 등에 칼을 꽂는 기회주의자” 등 원색적으로 공격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두 사람을 야권의 유력주자로 키운 것은 다름 아닌 청와대와 여권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두 사람을 발탁할 때만 해도 ‘정의로운 검사의 아이콘’ ‘미담 제조기’라고 극찬한 게 여권이다. 그러다가 윤 전 총장이 조국 전 장관 일가와 권력형 비리 수사에 나서자 징계를 하고 퇴진 압박을 가했다. 최 전 원장에 대해서도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실을 밝혀내자 사퇴하라고 윽박지르고, “집을 지키라고 했더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는 비난을 퍼부으며 감사원의 중립성을 훼손했다. 선출된 자신들이 주인이고 헌법기관장마저 ‘정권 충견(忠犬)’ 역할만 하면 된다는 인식에 다름 아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대선에 뛰어드는 게 현 정권 탓인지, 권력욕 탓인지는 국민이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대선 본게임에 들어가는 만큼 ‘정권 저항이미지’만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윤 전 총장은 출마선언을 하며 큰 틀의 국정철학을 밝혔다. 하지만 관건은 정권에 대한 비판구호와 청사진을 넘어 국정운영 능력을 스스로 입증하는 데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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