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가 한창이던 1970~1980년대 회사를 설립한 중소·중견기업들이 경영 승계 과정에서 가혹한 상속세 부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원활한 기업 승계를 돕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등을 운영하고 있으나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제조업 경영자 가운데 60대 이상 연령층 비중은 2017년 20.6%에서 2019년 26.2%로 높아졌다. 한국경제신문이 중소기업중앙회에 의뢰해 500명의 중소기업 창업주 및 2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세 경영인의 88.5%가 “상속·증여세 부담 여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기업 승계 시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60%로 미국·영국(40%) 프랑스(45%) 독일(3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고령화로 승계를 미룰 수 없는 한계 상황을 맞아 사업을 접거나 상속세 부담이 없는 싱가포르 등 해외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인도 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의 영속성이 끊기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고용과 수출,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책임의 대물림’이자 ‘제2의 창업’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경제 회복기를 대비해 선투자가 진행돼야 하는데, 중소·중견기업들은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상속세 증가가 두려워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며 “지금이 과감한 기업 승계 지원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안대규/김병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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