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국토교통부는 “달빛내륙철도가 6개 광역시·도를 통과해 지역균형발전 효과가 크고, 부족했던 횡축(橫軸) 철도망을 늘리는 정책적 필요에 맞다”고 설명했다. 영·호남 교류 증진의 상징성이 큰 사업인 점을 부인할 순 없다. 하지만 철도이용 수요 등을 따져 지난 4월 초안에도 못 낀 노선이 ‘추가 검토 사업’으로 부활한 것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란 점이 참작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런 의구심을 키우는 것은 현 정부 출범 후 공약 사항 등을 명분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재정지원 300억원 이상인 사업 대상) 면제를 남발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4년간 예타 면제 사업은 총 96조5184억원으로, 이명박(60조3109억원)·박근혜 정부(23조6169억원)보다 훨씬 많다. 최대 30조원 가까이 투입비가 늘어날 수 있는 가덕도신공항 사업도 예타를 면제해준 게 지금 여권이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전국 각지를 뛰며 지역숙원사업의 ‘예타 면제’ 희망고문을 한 적도 있다. 그러니 내년 3월 대선이 다가올수록 경제성이 낮은 사업들이 국책사업 채택과 예타 면제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법에 정해진 10년 단위 중장기계획이다. 여기에 포함됐다고 바로 사업이 확정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사전타당성 조사와 예타라는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뚜렷한 원칙도 없이 선심 쓰듯 정치색 짙은 사업을 끼워넣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타당성이 결여된 사업이 정권이 바뀌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50%에 육박하며 재정악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기에 더 철저히 걸러내야 할 것이다. 동서화합도 좋지만 경제성 평가 결과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지방공항들처럼 ‘고추 말리는 기차역’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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