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1일 성남시장·경기지사를 지낸 자신의 행정 경험을 최대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웠다. ‘흙수저 비주류’라는 출신 배경 역시 다른 후보와의 차별점으로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면서 당 안팎의 강성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형수 욕설’ 논란 등 도덕성 검증은 이 지사의 대권 가도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사는 출마선언문 곳곳에서 사회를 ‘강자 대 약자’로 구분하는 시각을 드러냈다. 자신을 ‘비주류 흙수저’로 칭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공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고입·대입 검정고시로 중앙대 법대에 입학했고, 1986년 사법고시(연수원 18기)에 합격했다.
이 지사는 이런 과거를 정치적 밑천으로 한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치’를 강조했다.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다’는 뜻이다. 소수의 고소득층을 적으로 돌려 다수의 중산층과 저소득층 지지를 얻어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편가르기’ 전략이 본선에서 효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이 지사는 특히 부동산 정책과 관련, “실거주 주택은 더 보호하되 투기용 주택의 세금과 금융 제한을 강화하겠다”며 “불가능해 보이던 계곡불법시설을 정비한 것처럼”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타협’과 ‘협의’보다 ‘정책의 관철’에 더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중앙 정치 경험이 없다 보니 ‘인재풀’이 좁은 점도 이 지사의 한계다. 이 지사는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경쟁이 끝나면 모두를 대표해야 하는 원리에 따라 실력 중심의 차별 없는 인재 등용으로 융성하는 새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등판하면서 강성 지지층 표심을 두고 추 전 장관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이 지사에게는 ‘대권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극진보 성향의 친문 지지층을 향한 ‘구애’가 거듭될수록 본선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얻는 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정권 심판’ 바람이 거세게 불 경우 이 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지사가 ‘어머니에 대한 효심’을 강조하면서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형수 욕설의 내용이 직접 공개되진 않았다. 향후 선거가 과열되는 과정에서 이 지사의 목소리가 담긴 욕설 파일이 대중에게 공개될 경우 파장을 예상하기 어렵다. 이 지사는 “아픈 이야기를 했다”며 “언젠가 전후 과정을 소상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사자가 존재하는 ‘여배우 스캔들’ 역시 검증대에 또다시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 지사가 여성 지지율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향후 대응에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지사는 이번에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직선거법상 사퇴 시한인 12월 9일(선거 전 90일)까지는 경기지사에서 사퇴해야 한다.
조미현/전범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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