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환경·제도 OECD 바닥 헤매는 한국의 서글픈 현실

입력 2021-07-01 17:22   수정 2021-07-0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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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27위라는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 발표는 한국이 기업하기에 얼마나 힘든 환경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업가정신지수는 기업활력과 제도환경, 기업에 대한 인식을 종합 평가한 것이다. 창업 의지를 나타내는 인구 10만 명당 사업체 수는 2019년 기준 OECD 8위지만, 대기업(300인 이상) 비중이 33위에 불과해 세부항목 중 하나인 기업활력지수가 27위에 그쳤다. 기업 규제와 정부 정책의 안정성 등을 보여주는 제도환경지수는 23위, 기업가에 대한 사회적 평판 등을 나타내는 기업인식지수는 21위에 그쳤다.

이번 조사 결과는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통과되기 전 데이터로 평가한 것이라 앞으로 기업가정신지수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기업과 리노공업 솔브레인 등 강소 혁신기업들(한경 7월 1일자 A1, 4, 5면 참조)이 나오는 것을 보면 한국 기업인들이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한국이 기업하기 힘든 곳임을 보여주는 사례와 지표는 OECD 순위 바닥권인 기업가정신지수가 아니더라도 차고 넘친다. 당장 어제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 CEO들은 “걸리면 감옥 갈 각오”로 공장을 돌린다. 기업을 열심히 키워놔도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증여세 부담 탓에 기업승계가 어렵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수록 규제가 첩첩이 쌓인다. 중소기업 범주를 벗어나면 당장 80여 개 규제가 추가된다. 난관을 뚫고 대기업이 돼도 존경받기는커녕 온갖 제도적 족쇄가 채워진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 와중에도 ‘대기업 특혜’란 프레임에 갇혀 지원을 주저하는 게 한국 정부다. 기업인 과잉처벌로 다국적기업 CEO들 사이에선 한국이 근무 기피 1순위 국가가 됐다.

정부와 여당은 한국이 사실상 G8(주요 8개국)이 됐다고 뿌듯해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도국가가 되겠다며 장밋빛 청사진을 쏟아낸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제정책의 예측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법부의 공정성 등 법치에 대한 믿음까지 흔들려선 모든 게 헛구호일 뿐이다. 정치인들은 틈만 나면 기업, 특히 대기업을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개혁해야 할 대상은 무더기 날치기 입법을 일삼고, 기업을 옥죄고 군림하려 드는 정치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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