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가장 나쁜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입력 2021-07-01 17:40   수정 2021-07-09 16:00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미래 관점에서 과감히 혁신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투자와 신사업 발굴, 기존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그룹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롯데그룹이 1일 소집한 하반기 가치창조회의(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다. 이날 회의에는 신 회장과 송용덕·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식품·유통·화학·호텔&서비스 등 4개 부문 BU(비즈니스 유닛)장, 각 계열사 대표·임원 등 130여 명의 그룹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상·하반기 한 번씩 열리는 VCM은 보통 1월과 7월의 15일을 전후해 열린다. 그러나 올해는 7월 첫날 소집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한 롯데그룹의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방증이다.
신 회장, 사업 고도화 주문
신 회장이 이날 VCM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강조한 것은 그룹의 주요 축인 유통과 화학 사업에서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는 1등을 자부하던 유통 사업에서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거센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판세를 단번에 뒤집을 카드로 여겨졌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는 이마트의 베팅을 지켜봐야 했다. e커머스 시장이 네이버·쿠팡·신세계 ‘3자 구도’로 급재편되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플랜B’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다만 신 회장이 이날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달라”고 한 것은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 몸값(지분 80%)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유통 BU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대안으로 전문 플랫폼 인수가 필요하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 플랫폼과의 연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이후 롯데쇼핑의 행보로 예상돼 왔다. 카카오가 지그재그를, 쓱닷컴(신세계)이 W컨셉을 인수한 것처럼 롯데도 해당 카테고리에서 입지를 다진 플랫폼 인수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강희태 유통 BU장(롯데쇼핑 대표)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포기 결정 직후 “향후 시너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M&A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통과 함께 그룹의 핵심 축인 화학 BU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화학 BU는 △플라스틱 재활용 △모빌리티·배터리 △수소 △친환경·안전 소재 등 4개 신사업 영역에 2030년까지 9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030년 이 분야에서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그룹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화학 사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식품 BU는 브랜드 전략과 연구개발(R&D) 강화를, 호텔&서비스 BU는 위탁 운영 확대 전략 등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창의적 인재에 사업 성패 달려”
신 회장은 이날 ‘조직문화 혁신’도 투자 못지않게 강조했다. 격변기에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핵심 인재를 확보하려면 인사 시스템과 기업 문화를 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신 회장은 “실패보다 더 나쁜 것은 실패를 숨기는 것,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실패조차 없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도전한 사람이 실패하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석자들을 향해 “핵심 인재 확보와 육성은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과거의 성공 방식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는 창의적인 인재 확보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당부했다.

최근 중요해진 ESG 경영에 대해서는 “모든 의사결정에 ESG 요소가 적용돼야 한다”면서도 “보여주기식 실행은 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ESG 경영은 재무적 건전성의 기초 위에 구축돼야 한다”며 “실적에 소홀해도 된다는 식의 기본적인 오해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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