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금융권에서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가 봇물을 이루면서 금융소비자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전반적으로 돈줄을 조이는 한편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해선 오히려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다소 엇갈린 조치도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소득과 재산, 주택 보유 여부 등은 물론 장래 예상 소득, 건강 상태까지 면밀하게 따져본 뒤 금융회사와 상품을 선택해야 낭패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무주택 가구주를 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도 시행된다. 지난달까지 규제지역에서 40~50%였던 담보인정비율(LTV)을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10%포인트씩 우대해 왔는데, 이 우대율이 최대 20%포인트로 확대되는 것이다. LTV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서민 실수요자의 소득 요건도 부부 합산 연 9000만원(생애 최초 구입 1억원)으로, 주택 가격은 9억원(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까지 높아진다. 단 LTV 우대를 받아도 대출 총액은 최대 4억원으로 제한된다.
만 39세 이하 청년과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는 40년 만기 고정금리(연 2~3%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40년 초장기 모기지’도 시행된다. 주택금융공사의 정책 금융상품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을 통해 시범 제공된다. 보금자리론은 집값 6억원 이하, 연 소득 7000만원(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 가구가 대상이며 적격대출은 집값 9억원 이하로, 소득 제한은 없다. 다만 적격대출은 총량 제한이 있어 은행이나 시기별로 대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저신용·저소득 대출자의 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금융상품인 ‘안전망 대출Ⅱ’와 ‘햇살론15’ 상품도 선보인다. 안전망 대출Ⅱ는 연 20% 초과 고금리 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목적의 대환 상품이다. 7월 7일 이전에 연 20%를 넘는 고금리 대출을 1년 이상 이용하고 있거나 만기가 6개월 이내로 임박한 개인 차주가 대상이다. 기존 대출을 정상적으로 갚아온 저소득·저신용자(연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4500만원 이하이면서 개인 신용평점 하위 20%)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요건을 만족하면 기존에 보유한 연 20% 초과 채무의 잔액 한도 내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적용 금리는 연 17∼19%다.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모바일 앱이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통해 보증을 신청한 뒤 전국 14개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금리 하락을 반영해 기존 햇살론17은 햇살론15로 변경 출시된다. 금리는 연 17.9%에서 연 15.9%로 2%포인트 내려간다. 연체 없이 성실하게 상환하면 매년 금리를 1.5∼3%포인트씩 내려 이용 기간에 최대 6%포인트의 금리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4500만원 이하이면서 개인 신용평점 하위 20%인 대출자가 햇살론15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15개 시중은행에서 보증과 대출을 한 번에 신청할 수 있다. 대출 한도는 700만원이다. 필요 자금이 700만원을 넘으면 서금원 앱 또는 전국 35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통해 14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손해보험사 10곳, 생명보험사 5곳 등 15개 보험사가 4세대 실손보험을 판매 중이다. 일부 이용자의 ‘의료 쇼핑’에 따른 보험 재정 악화를 막고 가입자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상품 설계를 대폭 바꿨다. 의료비 상승의 주원인인 비급여 진료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이와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했다. 급여와 비급여를 묶어 포괄적으로 보장한 3세대 실손과 차별화된 포인트다. 급여 항목 중 불임 관련 질환, 선천성 뇌질환 등 필수 보장도 확대한다. 반면 보험금이 비싼 도수치료, 영양제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보장 혜택이 축소된다.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도 할증 또는 할인된다.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눠 등급별로 비급여(특약)의 보험료를 할인·할증한다. 적용 시점은 4세대 실손 출시 3년 이후다. 자기 부담금도 의료 이용량에 따라 높아진다. 급여는 10%에서 20%로, 비급여는 20%에서 30%로 상향된다. 보험 재가입 주기는 현행 15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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