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기업들의 2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는 와중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지난 5월12일부터 본격화된 중국 정부의 원자재 가격 개입 탓이다. 철강 제품 가격의 표준으로 인식되는 중국 내수 가격이 하락하면서 철강주들도 짓눌리고 있다. 중국 내수 가격이 약 2개월의 시차를 두고 한국 내 가격에도 영향을 주기에 3분기부터는 실적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우려가 기우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가 철강 가격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에게 주던 인센티브를 없애면서 다른 나라에는 철강 공급이 축소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논리다. 이에 3분기에도 국내 철강기업들이 철강제품 가격을 계속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포스코는 분기 기준으로 2010년 2분기(1조9655억원) 이후 11년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게 된다.
호실적 전망과 달리 철강기업들의 주가는 지난 5월11일을 고점으로 보름 넘게 조정받다가, 지난달에는 횡보했다. 5월11일 종가와 비교한 전일 종가는 포스코(40만9500원→34만8000원)가 15.02%, 현대제철(6만1900원→5만3700원)이 13.25%가, 동국제강(2만6950원→2만2200원)이 17.63%가 각각 하락했다.
최근 한달 반 사이에는 주가가 조정받았지만, 올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많이 오른 상태다. 코스피 철강·금속 업종지수는 전일 5443.25로 마감돼 작년 종가(4112.28) 대비 32.3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6.88% 오르는 데 그쳤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방 수요 산업의 호조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가격에 온전히 전가할 수 있었다는 점을 (주가가) 반영했다”며 “중국뿐만 아니라 선진국, 개발도상국 모두 수요가 개선됐다. 특히 자동차, 정보기술(IT), 가전 등에 사용되는 냉연 가격 상승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철광석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책임국이 어디인지를 놓고 중국과 호주의 관계가 악화되자, 중국 철강업체들은 철광석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철광석 가격이 치솟았다. 이에 중국은 상하이선물거래소와 다롄선물거래소에서의 가격 상하한선과 마진콜 증거금 등을 인상했다. 지난달 16일에는 중국 국유자산관리위원회가 기업들에게 해외 상품 선물 포지션을 축소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원자재 가격 개입이 본격화된 지난 5월12일 이후 중에서 내수 철강 가격은 열연이 19.6%, 냉연이 15.8%, 후판이 19.1%, 철근이 21.3% 각각 하락했다”면서 “반면 철광석 가격은 6.7% 하락에 그쳤다”고 전했다.
중국 내수 철강제품 가격을 따라 국내 철강제품 가격도 내리면서 철강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5월11일 이후 국내 철강기업 주가 조정의 배경이었다.
중국 정부는 5월1일부로 철강 제품에 대한 수출 증치세 환급을 폐지했다. 이 영향으로 중국의 5월 철강재 수출은 전월 대비 40% 감소하기도 했다. 증치세는 수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다. 중국 재정부는 2019년부터 철강제품 수출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9~13%의 증치세를 환급해줬지만, 자국 내 철강재 공급을 늘려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수출 물량에 주던 인센티브를 폐지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중순 이후 조정받은 중국 내수 가격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이달 시장 가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중국 내수 가격 역시 하방 경직성을 보이고 있고, 철강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내수가격의 영향력은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강제품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가격은 수요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미송 연구원은 “중국은 철강 생산량을 점차 줄여 나가면서 (철강) 순수출국에서 순수입국으로 변해갈 계획”이라며 “중국이 순수입국이 된다면 중국의 저가 제품이 글로벌로 수출되면서 수익성을 악화시켰던 요인이 사라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제품 가격이 3분기에도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방민진 연구원은 “여전히 타이트한(공급이 수요보다 적은) 국내 수급 상황이 (원재료) 투입 단가를 (제품가격에) 전가하기 위한 고로(용광로)사의 단가 인상 시도를 지지할 것”이라며 “3분기 마진 스프레드(수익성지표)도 방어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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