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커머스 시장 1위 네이버가 '장보기'와 '배송', '지도'를 통해 식품 분야 서비스를 강화한다. 향후 식품 서비스가 이커머스의 핵심 축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지난 1~4월 이커머스 거래액 60조원 기록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내부적으로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장보기와 배송, 지도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비스들은 모두 음식과 관련됐다는 공통점을 지녔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4월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은 60조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2.8% 성장했다. 올 들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다소 안정세로 접어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오프라인 활동도 점진적으로 재개됐지만 여전히 배송 중심의 언택트 경제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해당 기간 음식서비스 거래액이 65.4%나 뛰었고 농축수산물은 34.7%, 음·식료품은 32.3%의 고성장세를 보였다. 문화·레저서비스는 -9.1%, 여행·교통서비스가 -21.8%을 기록하며 역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식품을 중심으로 배송·장보기 서비스가 활성화돼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190조5000억원에 달해 전년 대비 21.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중 일반소비재가 110조7000조원을 기록해 16.3% 성장이 예상됐고 음·식료품은 31조5000억원으로 21.8%, 음식서비스는 23조5000원으로 35.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반소비재의 범위가 특정 분야를 한정짓지 않고 포함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음식과 식품 분야의 성장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식품 거래액 가져오는 기업 1위 등극할 것"
식품 분야 성장을 예상할 수 있는 지표는 또 있다. 올해 국내 소매시장 내 이커머스 시장침투율(상품·서비스를 구매하는 시장의 목표 비중)이 35.2%로 예상돼 2018년에 비해 14.0% 포인트 증가했다.분야별 이커머스 침투율은 일반소비재 46.6%, 여행·교통 서비스 46.1%, 음식료품 25.1%, 음식서비스 19.9%로 최근 몇 년간 식품 배송 시장이 급격히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식품 분야의 이커머스 침투율은 낮은 편이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매 시장 중 온라인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이커머스 침투가 가능한 규모는 올해 기준 328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이중 일반소비재 126조7000억원, 음식료품 93조9000억원, 음식서비스 94조8000억원, 여행·교통서비스 12조6000억원으로, 음식료품과 음식서비스가 향후 이커머스 침투 가능 거래액의 57.5%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네이버와 쿠팡 중 식품 분야의 거래액을 가져오는 기업이 국내 1위 업체로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1분기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19.1%, 쿠팡 17.8%, 카카오 3.2% 및 기타 59.9%로 추정된다. 네이버가 1위에 올라 있긴 하지만 2위와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다. 또 상대적으로 배송 시스템 역량이 모자라 이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네이버, 플레이스 광고-스마트 주문-음식 배달 삼각편대 구축
네이버는 CJ대한통운, 이마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음식료품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우선 신선식품 전용 저온 풀필먼트 센터를 다음달 오픈하고 올 3분기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를 이마트에 입점시킬 예정이다.네이버 장보기 서비스는 소비자 주문 시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빠른 배송을 하는 게 핵심. 작년 기준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 160개를 보유해 국내 대형마트 중 점포 개수 1위로 네이버 신선식품 거래액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향후 이마트 점포에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물품을 보유하고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물류 역량 확대도 꾀할 방침이다.
특히 용인 콜드체인 풀필먼트 센터는 네이버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 신선식품 분야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쿠팡이 로켓프레시를 통해 신선식품 부문에서 공세를 취하는 만큼 이에 맞대응하겠다는 성격이 짙다. 그동안 식품 판매자 입장에서는 신선식품 보관과 새벽배송 능력을 갖춘 쿠팡과 마켓컬리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만큼 이들을 네이버로 불러들여 거래액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기존 '네이버지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계획도 세웠다.
네이버는 네이버지도와 연동해 지난달 '맛집' 중심의 오프라인 매장 대상 노출 광고인 '플레이스 광고'를 론칭했다. 이 서비스와 직결되는 오프라인 주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주문'의 월별 이용자 수가 지난해 1월부터 올 4월까지 무려 2225%나 증가해 본격적으로 판을 키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사업 초기 소상공인들이 사용자들에게 잘 노출될 수 있는 '플레이스 광고'와 네이버 주문 도입 초기 수수료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네이버 플랫폼 내에서 활동하는 음식 사업자를 늘리고 사용자와의 연결이 활발히 일어나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네이버가 지분 투자한 '부릉'과 '생각대로'와의 협업이 이뤄진다면 플레이스 광고-네이버 주문-음식 배달의 삼각편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이커머스에 진출하기 위한 비용보다 IT 업체들이 유통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비용이 적게 든다"며 "매장과 같은 공간적 제약을 덜 받을 뿐더러 기존에 구축해놓은 IT 시스템에 유통을 얹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가 정말 경쟁 상대로 여기는 건 쿠팡, 마켓컬리가 아니라 카카오일 것"이라면서 "사업 모델이 비슷한 카카오 역시 식품 분야 중심의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과 배송 노하우가 풍부한 신세계, CJ대한통운과 네이버의 파트너십이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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