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미국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가 유죄 판결 후 복역 2년 만에 석방된 후 소회를 전했다.
빌 코스비는 1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한번도 내 입장이나 이야기를 바꾼 적이 없다"며 "항상 순수함을 지켰다"고 글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이 시련을 통해 나를 지켜준 모든 팬, 지지자 및 친구들에게 감사하다"며 "법의 지배를 지지해준 펜실베이니아 대법원에 특히 감사하다"고 전하면서 해시태그로 '빌 코스비'를 덧붙였다.
함께 게재한 사진에서 빌 코스비는 주먹을 머리 위로 번쩍 든 포즈를 취하고 있고, 같은 내용의 텍스트를 덧붙였다.
빌 코스비는 1990년대 한국에서도 방영됐던 '코스비 가족 만세'를 이끌며 유명해진 미국의 '국민 아빠' 방송인이다. 2015년부터 반세기 동안 최소 60여 명의 여성들을 성폭행, 성추행한 폭로가 나왔다. 약물을 먹여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들어 성폭행을 했다는 주장이 여럿에서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공소시효가 만료돼 사법 처리를 할 수 없었다. 이 와중에 2004년 필라델피아 교외의 자택에서 모교인 템플대 교직원 안드레아 콘스탄드에게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 등 총 3건의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고, 2018년 9월 징역 3년에서 10년을 선고받았다. 3년 복역 후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만,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으면 10년까지 복역해야 하는 것.
하지만 이날 펜실베니아주 대법원은 빌 코스비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석방을 허용했다. 성폭력 혐의 자체가 없다는 판단이라기보다는, 그간 기소·판결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본 것.
2015년 주 검찰은 빌 코스비의 성폭행 혐의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에게 "성폭력 관련 진술에 대해 기소하지 않겠다"고 설득한 후 유죄 진술을 받아냈고, 약속과 달리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코스비가 공정한 사법절차를 누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데이비드 웨흐트 대법관은 "정당한 법 절차 위반이 밝혀진 만큼 코스비를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되돌릴 수 있는 구제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유죄 선고 기각과 함께, 특정 혐의에 대해 향후 어떠한 기소도 금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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